개만도 못하다?
꿀단지 2003/07/21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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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은 이런 말을 들으면 얼굴이 붉어지며 고래고래 소리 칠 것이다. 왜 내가 개만도 못해! 하지만 우리 주위엔 이렇게 개만도 못한 사람들이 많다. 시인 아저씨를 내 몸과 같이 생각하며 시인이 죽는 그 날까지 옆에서 동거동락해온 개 흰돌이.. 이제는 어엿한 한 집안의 가장이 되었을 흰돌이. 살아생전 시인아저씨에게는 아내도 자식도 부모도 어느 하나 없는 그저 자신과 다를 바 없이 가난하고 고달픈 삶에 찌든 누나와 흰돌이가 전부였다. 그나마 누나도 가정을 꾸려나가야겠기에 병약한 동생을 돌볼 겨를이 없다. 그런 그에게 흰돌이는 진정한 보호자였던 셈이다.
시인이 흰돌이를 아끼는 맘은 남달랐다. 개는 그저 개일 뿐이라는 주위의 시선에도 아랑곳않고 흰돌이의 생일날 둘이 나란히 앉아 설렁탕을 나누어 먹을 정도로 맘씨 착한 주인이었다. 시상이 떠오르는 외로운 날이면 곁에서 꼬리치며 주인이 지은 시에 맞장구 쳐주던 흰돌이야 말로 유일한 독자이자 벗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흰돌이와 가난하지만 마음만은 풍족했던 시간을 보내며 세상만사 시름을 그제사 잊게 되었을 때 시인은 결국 몸이 더욱 악화되어 누나에게 흰돌이를 부탁하고 이윽고 세상을 뜨고만다. 그제서야 죽은 시인과 보호자 흰돌이를 향한 세간의 늦은 관심, 그것이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 없었다. 그저 화젯거리, 기삿거리를 위한 언론의 태도가 흰돌이에겐 너무도 미운 존재였을 것이다.
죽은 시인의 보호자가 되어 상복을 입은 흰돌이.. 그 모습조차 언론의 후래쉬에 포장되어 그저 사상최초의 상복입은 개라는 어이없는 기사로 그쳤을테지만 정말로 시인의 죽음을 탄식하고 오래도록 슬퍼해준 이는 옆집 할머니와 흰돌이 단 둘 뿐이었을 것이다. 흰돌이는 진정 사람보다 나은 개이다. 동물과 사람의 말없는 교우가 얼마나 진정한 애정인지를 잘 보여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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