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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는 대로 읽어보세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너무도 부러운 꿈이었다. 사진작가이기도 한 이해선은 그 꿈에 도전한 나에게는 더 없는 우상이다. 낯선 이국 땅에서의 사람냄새 물씬나는 두터운 정과 장광한 풍경까지.. 그녀가 보고 느낀 그대로의 모습이 마치 나에게도 줄레(안녕)를 외치는 듯 어느새 친숙해져 있다.

고갯길이 있는 땅이라는 의미의 라다크. 그곳의 기후는 인간에게 너무도 혹독하다지만 그녀가 체험한 여러 곰파(사원)의 신명나는 축제들과 어린 라마승들 그리고 오체투지를 불사하는 많은 순례자들의 모습이 그까짓 기후쯤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참으로 숭고하다. 신성한 날이면 만든다는 기도깃발 타루쵸는 인적이 있을거라곤 상상도 못할 곳곳에 나부끼고.. 버스로 오르기도 힘든 고산을 오체투지(온몸으로 절하는 의식)를 행하며 오르는 순례자들의 모습에는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도중에 죽는 이들도 있다지.. 작가의 말처럼 과연 그들이 수행하는 과정에서의 깨달음이란 무엇일까.. 언젠가 나도 오체투지로서 그 숭고한 대지위에 맞닿아 신의 나라에 오르는 장엄한 순간을 체험해보고픈 충동을 느낀다. 진정 신과 인간이 하나가 되는 곳, 라다크이다.

간접적으로나마 깊게 체험한 수행자적 여행, 그 속에서 작가 이해선은 전생과 지금, 또 앞으로의 인연에 이끌려 또 다시 슬픈 영혼의 호수 티벳으로 떠난다. 부제에 걸맞게 진정 그곳의 대지는 척박하고 외로우며 한없이 슬프다. 신이 맞닿아 있다는 카일라스산을 오르는 힘겨운 여정속에 그녀가 느끼는 인연의 실체란 것이 참으로 몽롱하고 한편으론 생생하게 다가오기에 진정 전생과 현생 그리고 후생의 나에 대해 자못 심각한 물음을 하게 된다. 아마 그 성스런 땅에서의 힘든 고행과 아울러 가파른 언덕에 타루쵸를 걸어보지 않고서는 이해하기 힘들 듯 하다. 참 각박하고 삭막한 이 사회에서 그녀의 여행기가 안겨주는 커다란 가르침을 조금이나마 체험했음이 뿌듯할 따름이다. 허나 티벳에도 개화의 바람이 미풍이나마 불고 있다는 소리에는 자못 안타깝다. 하지만 난 믿는다. 작가가 선사하는 티벳인들의 모습, 그 진정한 순례자의 깨침을 믿기에 신을 향한 인간의 숭고한 믿음은 언제까지나 가파른 언덕 위 타루쵸처럼 곳곳에 나부낄거라고 믿고 싶다.
비록 힘든 고산증과 함께였지만 그녀의 성스런 여행길은 에필로그의 마지막 그녀가 맺은 바램과 같이 진정 티벳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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