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해하기에 좋은 길잡이 책
June 2026/01/15 16:29
June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 트럼피디아
- 이지윤
- 19,800원 (10%↓
1,100) - 2026-01-15
: 695
나는 정치에 무관심한 것을 쿨하다고 여기는 부류는 아니며 오히려 나만의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 대한 기준도 어느 정도 정립되어 있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미국의 정세는 거의 초심자에도 못 낄 만큼 지식이 없는 편이었다. 그래서 이 책에 관심이 갔다.
그런 나에게 이지윤 기자의 <트럼피디아> 책은 아주 친절하게 느껴졌다. 도입부부터, 근래 가장 화제였던 맘다니 시장 당선을 언급해 구미를 확 당기게 만든 다음 트럼프의 최측근들에 대해 간략하고 쉽게 소개하며 책을 시작한다.
나는 직전에 읽었던 책에서 공화당 집권 시기에 폭력ˑ살상 등 혐오범죄가 증가하는 특정 상관관계, 라는 정보를 수용한 상태로 이제 특정 인물에게 스코프를 좁혀 더 알아 보고 싶었다. 즉 당장 지금, 현 시점 집권 중인 미국 대통령의 행동 기전 그리고 가능하다면 기저에 깔린 심리까지 분석하여 독자인 나에게 친절히 떠먹여 주는 그런 책에 대한 갈증이 내심 있었다. 그가 단순히 '노망난 광인'쯤인 게 아니라 발언들에 혹시라도 어떤 일관된 논리란 걸 가지고 있다면, 그 분석과 설명을 들어야 내 호기심이 해결될 것 같았다.
- 트럼프는 2020년 대선 패배 후 이른바 '마러라고 유배기'를 거치며 매우 독해졌다. 팬데믹과 대선 패배라는 극심한 실패를 겪으며 더욱 대안적 세계관에 빠져든 것일 수 있다. 2기에 들어서 내놓는 다소 당혹스러운 주장도 상당부분이 시기에 탄생했다. (...) 트럼프에게 가는 정보의 절대다수는 하프를 통한다. 하프는 말하자면 인간 알고리즘 같은 인물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가 편향된 정보만 보며 '필터 버블'에 둘러싸였다는 우려도 크다. (p.61)
- 살펴본 바와 같이 트럼프 2기는 부처 수장을 질서 파괴자로 세우고, 이들을 무대 뒤에서 지원할 참모들을 붙였다. (p.136)
비문학 도서는 구체적 데이터 및 간결한 문장을 통한 정보 전달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내가 기대한 바를 정확히 충족해 주었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과 적절한 정보 배치로 속도감 있게 진행하는 한편, 이해하기 쉬운 표현으로 명료한 해설을 곁들인 몇몇 구간에서는 고마움까지 느꼈다.
- 미국에는 공천이 없다. 미국은 철저히 경선제를 선택하고 있다. (...) 그런데 트럼프의 영향력이 매우 커지며 정치 문화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트럼프가 밀어주는 후보자가 경선에서 탈락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또 트럼프에 맞섰다가 의사당을 떠난 정치인이 많다. (p.197)
- 그렇다면 앞으로는 '월 500억 달러' 관세 수익을 위해 보다 엄격하게 관세 정책을 운영할까. 그럴 것 같지는 않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히려 면제 혜택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업이 결국 더 큰 몫의 관세 비용을 소비자에게 넘겨야 하는 시기를 앞두고, 식료품과 의류를 위주로 물가가 상승하며 유권자 불만이 커지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p.218)
나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 관련 뉴스 헤드라인을 볼 때면 무슨 한 국가의 대통령이 저렇게 감정적이고 채신머리 없느냐고 코웃음 쳤었다. 그런데 이 책을 덮으며 그 생각 상당수를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감정적으로는 여전히 불쾌하고 떨떠름했지만, 어떤 의도와 목적 하에 일관되게 작동하는 메커니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 책의 분석을 통해 이제 논리적으로 납득하게 되었다. 그리고 뉴스 기사들을 봐도 왜 미국 법원의 행정 명령에 트럼프가 갈등을 빚는 건지, 왜 작년 암살당한 정치 운동가는 논란이 된 건지 등 이제 맥락이 어느 정도 닿는다.
독서의 본질 측면에서만 말하자면, 몰랐던 정보를 습득하여 편견을 걷어내고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된 점이 즐거웠다고 할 수 있다. 이 역설적인 경험은 생소하고 불편한 동시에, 마치 기분 좋은 한 끼 식사처럼 책 한 권 유익하게 잘 읽었다는 감상을 깊게 남겨 주었다.
근거 없는 혐오 발언으로 분할 정복(갈라치기)를 추동하여 분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논란마저 쇼맨십으로 활용하는 어떤 미국 대통령에 대한 도덕적 가치판단은 내(개인의) 몫으로 미뤄 두는 것이 옳다. 피상적 편견에만 머무르지 않고 한번 '이해'를 해 보고자 하는 분들께 이 책은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PC버전에서 작성한 글은 PC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