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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진행중
  • 이야기를 들려줘요
  •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 17,820원 (10%990)
  • 2026-01-20
  • : 11,075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각기 다른 전작 소설의 주인공 셋을 한권의 새로운 소설로 다시 등장시켰다.

<올리브 키터리지>의 올리브,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의 루시, <버지스 형제들>의 밥이 그 세 사람.

올리브는 90세가 되었고, 밥 버지스는 65세, 루시는 66세.

배경은 역시 미국 메인 주의 크로스비이다.

밥 버지스는 첫번째 부인 팸과 이혼후 목사인 마거릿과 결혼하여 살고 있고 자식은 없다. 남편 헨리가 죽고 나서 혼자 살고 있는 올리브는 어느 날부터인가 한 동네 사는 작가 루시를 집으로 불러 자기가 기억하고 있는 이야기 중 루시가 글로 쓸만하다고 생각하는 이야기들을 털어 놓기로 한다. 강직한 성격으로 자기 얘기를 잘 하지 않는 올리브의 성격으로 볼때 의외적인 일로서, 이 소설을 끌고 나가는 하나의 축이기도 하다. 90년의 세월을 살아오면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일들, 기록되지 않았던 일들을 풀어놓는 올리브와, 그 얘기를 열심히 경청하고 질문을 던지기도 하는 루시가 한 축을 이루고 있다면 이 소설의 또 한 축으로서 서로의 말을 열심히 들어주는 두 사람이 나온다. 루시 바턴과 밥 버지스이다. 각자 배우자가 있고 평탄해보이는 결혼 생활을 해나가고 있지만 루시와 밥은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 몇 시간을 함께 걸으며 대화를 나눈다. 서로 좋아하는 감정을 갖고 있지만, 갖고 있을 뿐 끝까지 드러내지 않는다.

밥은 그의 아내와, 루시는 그의 남편과 얘기하면서 얻을 수 없는 이해와 교감을 둘 사이에서 주고 받을 수 있음을 알고 있다.

루시가 걸음을 멈추고 그를 쳐다보았다. "오, 밥." 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리고 밥은 이해했다. 그녀는 그의 말을 들었다. 그녀는 그의 두 아내 중 누구도 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이 이야기를 이해했다. (96)


그들은 행복했다. 그들 두 사람은 - 걷고 대화하고 - 그저 행복했다. (353)


그들은 산책을 시작했다. 루시가 말했다. "내게 모든 걸 말해 줘요.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요, 아무것도 빼놓지 말고요." (392)


이 소설에 등장하는 어느 누구도 불꽃 같은 사랑을 하지 않는다. 이미 그런 시간들을 다 겪어냈다. 하지만 그런 시간들을 다 겪어낸 후에도 여전히 어떤 방식의 사랑을 필요로 하고 그 사랑에서 행복을 느낀다. 어쩌면 연인이라기 보다 친구에 가까운 관계일지도 모르지만 친구라고만 할 수 없는 사이. 뜨겁지 않을지 몰라도 성찰이 있고 배려가 있는 사이. 더 성장하고 성숙한 인간이 되어 나눌 수 있는 교감. 내 얘기와 감정을 앞세우지 않고 상대의 얘기를 다 들어주고 어루만져주고 싶고, 그를 또는 그녀를 혼자 두고 싶지 않은 마음. 

꼿꼿하고 강직한 성격의 올리브가 루시를 불러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은, 기록되지 않고 마음 속에 있는 이야기를 꺼냄으로써 자기 삶의 핵심을 찾고 싶다는 의미로 보인다. 살아왔다는 것은 그만한 분량의 이야기가 만들어졌다는 것. 

나도 인생의 어느 시점에 이르면 누군가에게 그동안 하지 않고 담아두고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질까? 그런 방식으로 내 삶의 핵심이 무엇이었는지 정리해보고 싶어질런지. 올리브가 그랬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내가 들려줄 이야기는 무엇이 될지. 더 궁금한 것은, 그런 이야기를 털어놓을 그 상대는 누구일지. 

사람이 아니라면 (그럴 사람이 주위에 없다면) 혼자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앞서 읽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다른 소설들의 깊이와 밀도에 미치지 못하는 듯 아쉬움은 남는다. 작가의 주제 의식은 흥미롭지만 그것을 구현하는 방식은 다소 평면적이라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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