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할때보다 전력을 다 기울이고 났을때 무기력에 빠진다. 조연으로 잠깐 출연했을때보다 주연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공연을 하고 난 후 번아웃에 이른다. 하루 24시간을 쪼개쓰며 바쁘게 살던 사람에게 갑자기 하루 28시간 (24시간이 아니라)이 주어지고 이제 네 맘대로 살아보라고 하면 기뻐 만세부를까? 오늘도 그렇고 내일도 그런 날이 계속된다면.
무료함과 무기력은 다르다. 무기력하다는 말 속에는 무의미함이라는 뜻이 슬쩍 들어가있다. 할 일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의지가 없고 의미를 잃어버린 경우이다.
이런 무기력 상태가 코로나를 거치며 집단 무기력 상태로 이어져, 이제 무기력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정신과 의사로서 이것에 대한 대책이 필요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이 책은 우리 마음이 번아웃처럼 다 타버리기 전에, 무기력 상태에 이르기 전에, 마음에 쌓인 독소를 쓸어내듯 적절하게 처리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 쓴 책이다.
무기력한 마음을 활성화 시키려면
-극복하는 힘보다 버티는 힘: 무기력한 상황에서는 극복해야한다는 생각보다 견뎌낸다는 마음을 갖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그 상황을 그저 묵묵히 버티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내 감정을 팩트 체크하라: 지금 내가 스스로에게 내린 평가를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증거가 존재하는가, 아니면 완전히 주관적인 판단인가?
-자기 비판에서 벗어나 자신의 마음을 다정하게 이해해주는 관점을 가져본다
*'메타인지': 내 마음을 바라보는 또 다른 마음. 자신을 알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신 작용
무기력의 늪, 반추 사고의 고리를 끊어라
'그때 그렇게 행동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한심할까.' 이처럼 과거에 일어난 부정적인 일을 소가 되새김질하듯 현재 시점에서 반복적으로 떠올리는 것을 '반추'라고 한다.
반추사고를 물리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환자들에게 "안 내켜도 억지로 산책을 해보라"고 권하는 편이라고 한다. 산책을 통해 근육의 움직임을 느끼고 자연 풍경을 바라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의 시선이 내부에서 외부로 옮겨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일단 행동을 하면 반추 사고의 회로를 끊을 수 있고 외부 세계와 연결되면서 조금씩 동기가 차오른다.
마음은 결정 기관이 아니라 정보 기관이다. 내가 하는 행동을 통해 내가 하는 생각과 감정까지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 '감정--> 생각 --> 행동'의 순서가 아니라 '행동--> 감정/생각'의 순서도 가능한 것이다.
몸을 움직여 의욕을 만든다. '행동 활성화법'
행동적 항우울제 목록을 만들어본다.
-하루 10분 사색하며 걷기
-세 번 깊게 호흡하며 호흡의 흐름 느끼기
-조용한 곳에서 음미하며 식사하기
-일주일에 한 번 슬픈 영화 감상하기
-일주일에 시 세편 읽기
-친구와 이야기하기
나만의 미니브레이크를 찾아보자. 좋아하는 커피 한잔을 하거나 마음 맞는 친구와 스몰 토크를 하고 산책을 하는 등 잠깐의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다.
완벽이 아닌 '완성'에 목표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완벽주의가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모든 이에게 인정받을거야' 또는 '실패는 있을 수 없어' 같은 비합리적 신념으로서의 완벽주의다.
마침 엊그제 윤대현 교수가 TV 어느 프로그램에 나온 것을 보았다. 거기서도 2차 스트레스에 대한 얘기를 하더라만, 1차 스트레스는 모든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이고 문제는 2차 스트레스까지 끌고 가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왜 이렇게 실수 투성이지? 왜 이런 일이 일어난거지? 이렇게 자기를 자책하는 것이다.
내 마음을 내 뜻대로 휘어잡는 것은 어렵다. 마음이라는 것 자체가 실체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가만히 마음의 움직임을 살펴 보고 그에 따르는 대응을 하는 것이 옳다. 극복하려 하지 말고 그냥 버티는게 낫다고 했다.
내가 무기력에 빠지는 것은 내가 멘탈이 약해서도, 내가 게을러서도 아니다. 그 이전에 열심히 어느 한 곳에 집중한 것이 죄라면 죄. 그런 나를 잘 보살펴 주고 일으켜 세워보자. 조심조심. 다그치지 말고. 자책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