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내 인생은 진행중
  • 더 클래식
  • 김호정
  • 16,200원 (10%900)
  • 2024-10-30
  • : 3,535

이 책의 저자인 김호정 기자를 한 연주회에서 실제로 본 적이 있다. 첼리스트 한재민 연주회의 진행자로서 김호정 기자는 이 날 연주 곡목에 대한 자세한 소개, 그리고 연주자와 인터뷰를 매끈하게 잘 진행하고 있었다. 

중앙일보 음악 전문 기자인 그녀가 그동안 많은 음악가들과 인터뷰를 진행해오면서 인터뷰만으로 담지 못한 그들의 이야기를 모아 최근에 책을 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이 책.

세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첫번째 파트는 "더 피아니스트", 두번째 파트는 피아니스트 외 다른 음악가를 다룬 "더 뮤지션", 세번 째 파트는 세계적으로 전설적인 음악가 네 사람을 다룬 "더 레전드". 더 레전드 파트의 네 명의 음악가와 두번째 파트의 지휘자 메켈레를 제외하고는 한국의 음악가들인데 그중 제일 많은 부분을 차지한 것은 임윤찬에 대한 것이었다. 이미 TV를 통해 김호정 기자가 임윤찬 인터뷰하는 것을 보았지만 이 책에는 인터뷰 내용이 전부가 아니었다. 이점은 이 책의 처음 백건우 피아니스트에 대한 부분을 읽으면서 바로 알 수 있던 것인데, 그 음악가의 음악 스타일, 인터뷰 내용, 몇몇 에피소드 등으로 채워졌겠지 하고 예상했던 것을 바로 뛰어 넘게 하고 있었다. 그 음악가의 스타일을 설명하기 위해서 직접 QR code를 삽입하여 지금 책에서 설명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바로 듣고 확인할 수 있게 해놓았고, 같은 부분을 다른 유수의 음악가가 어떻게 연주하는지 비교할 수 있게 나란히 수록해놓았다. 예를 들어 백건우 피아니스트의 구도적이고 바위같은 연주 스타일을 얘기하면서 모짜르트 피아노 소나타 12번의 한 부분을 백건우와 조성진이 어떻게 다르게 치는지 바로 들어볼 수 있게 하였다. 같은 작곡가의 같은 곡을 연주하는데 기술적 완성도 차이라면 모를까 특별히 큰 차이가 있을까 싶지만 그렇지 않다. (이점은 임윤찬이라는 피아니스트의 출현과 함께 확실히 알게 되었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악보의 어느 부분이라는 것까지 보여주며 차이점을 집어 내어 보여준다는 것은 웬만한 전문성이 없으면 어려운 일이다.

김호정 기자 본인이 5살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하여, 예원, 예고, 서울음대를 거쳐 피아니스트의 길을 오래 걸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피아노를 전공한 사람들이 모두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느낌을 적절한 언어로 끄집어 내어 표현할 수 있고 글로 쓸 수 있는 것은 또다른 능력이다. 과연 전문 기자 답구나 싶었다.

피아니스트들을 만나고 또 그의 연주를 들으면 그들의 말과 음악이 얼마나 닮아 있는지 놀라울 정도 입니다. 조리 있고 설득력 있게 말하는 사람은 음악도 똑 떨어집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알아채는 피아니스트는 연주에서도 그런 따뜻함이 뚝뚝 떨어집니다. 

백건우는 필요한 말만 하며 통찰을 담는 사람입니다. 음악도 그렇습니다. 뚜벅뚜벅 굵은 선으로 할 말만 합니다. 간결하지만 진심이 있고 세련된 스타일을 위해 타협하지 않습니다. (19)

손열음 피아니스트를 '피아노 위의 딕션 장인'이라는 표현도 그녀의 피아노 스타일을 아는 사람이라면 대번에 이해를 할 것이다. 음악기법 중 루바토를 독창적으로 이용하는 임윤찬의 기법을 '임윤찬 타이밍'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음 사이의 간격을 야생적 감각으로 조절하는 피아니스트, 안 들리던 음들이 튀어나온다, 멜로디 아닌 화음의 피아니스트.

아무리 주목받는 음악가라 할지라도 그에 대한 칭찬의 말만 열거하지는 않았다. 임윤찬의 경우, "약간 덜 화려하고 더 시적이었어도 좋았겠다" "재능이 빛나지만 깊어지고 성숙해질 여지가 있다"고 한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앤드루 클레멘츠의 평도 함께 실었다. 

음악이 워낙 어릴 때부터 재능이 드러나는 분야이긴 하지만 요즘은 작곡 분야에까지 십대 영재들이 심심찮게 보도 되고 있다. 이들을 취재하면서 저자는 진짜 음악 재능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보통 음악 재능은 '음 높이에 대한 정확한 감각' 같은 것과 연관되곤 하지만 진짜 재능은 애정, 또 몰입하는 힘일 것입니다. (178)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 내가 발견한 최고의 표현은 임윤찬의 연주를 '피카소'에 비유한 것이 아닐까한다. 정해진 형식에서 자유로운 시도를 하지만 그것이 조화를 깨뜨리지 않고 새로운 이야기를 구축하며 임윤찬만의 멋을 만들어낸다. 

이 책은 단순히 클래식 음악에 대한 소개와 감상을 넘어 음악가들의 스타일을 분석한 책이다. 

전문기자의 역량이 그대로 드러나는 책이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