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 왜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른다고 했을까. 소식이 건강과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되더라는 것은 많이 알고 있지만 그 근거와 방법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르는 수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 역시 소식이 유익하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지만 왜 그런지, 과학적 근거가 정말 있는 얘기인지 관심을 갖게 되어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건강에 대한 주장과 방법, 그것에 대해 나온 책들이 넘쳐나는 가운데 이 책을 일게 된 이유가 있다. 방송을 통해 얼굴이 많이 알려져 있는 저자이기에 도서관에서 그의 이름이 적힌 책이 있어 어떤 내용인가 훑어 보게 되었다. 목차를 보고 책에 첨부한 참고문헌 목록을 보았다. 177편의 국내외 논문, 책, 웹페이지등의 목록이 첨부되어 있었다. 일단 신뢰가 갔다.
소식의 유익함에 대한 기원을 찾아올라가다 보면 500여년 전 자그마치 르네상스 시대까지 올라간다. 알비제 코르나르라는 이탈리아 사람이 소식의 효과를 직접 경험하고 자신이 건강 비결에 대한 책을 쓴 것이다. 저자 역시 이 책을 쓰면서 9kg을 감량하였다고 한다. 모두 아는 얘기도 아니고 모두 모르던 새로운 얘기도 아니지만 읽으면서 새로이 알게 되거나 기억해두면 좋을 것들을 요약하여 정리해본다.
중세 유럽에서 이어져 내려온 당뇨병 치료약 메트포르민에서 얻은 힌트
- 당뇨병에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기전은 정확하게 알려져있지 않지만, 메트포르민을 복용한 환자의 경우 음식을 덜 먹게 되어 체중이 조금 감소하고 인슐린 민감도가 향상되는 것이 밝혀졌다. 즉 소식의 상태를 유도함으로써 당뇨병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다. 나아가 메트포르민은 세포가 굶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고, 그러면 세포는 어떻게든 살아나기 위해 더 힘을 낼 수 있도록 에너지 발전소 (미토콘드리아) 를 더 많이 만들어낸다. 동시에 세포는 바깥에서 포도당을 더 많이 가져오려고 애쓰게 된다. 당뇨병일때 세포가 에너지가 과하다고 여기고 포도당이 못 들어오게 문을 걸어 잠그는것과는 정반대 현상이다.
"소식은 곧 수명 연장과 관련있다."
열량 부족이 감지될 경우 인체 세포는 세 가지 스위치를 켜고 끄는 방식으로 낮은 에너지 상태에 적응한다.
이들 세가지 스위치는 서투인, AMPK, mTOR이라는 효소이다.
-서투인 (Sirtuine, NAD+-dependent deacetylase) : NAD가 얼마나 많고 적은지에 따라 활성이 달라진다. NAD가 많으면 서투인의 활성이 증가한다.
열랑 제한에 따른 에너지 부족 --> 세포가 스트레스 --> NAD 생성 증가 --> 서투인 활성 증가
-AMPK (AMP-activated protein kinase) :
AMP는 ATP의 분해산물. AMP가 너무 많다는 것은 신체 내 에너지가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 AMPK는 세포 내에서 ATP와 AMP의 균형을 파악함으로써 이러한 에너지 상태를 감지한다.
* 서투인과 AMPK는 인체가 에너지 사용은 늘리고 에너지 저장은 막는 방향으로 적응하도록 도와 기근의 시기를 이겨낼 수 있도록 해준다.
*자가포식 (Autophagy) : 세포가 에너지가 부족한 힘든 시기를 버티기 위해 자신의 구성 요소를 분해하고 소화해 에너지를 얻으면서 견디는 것. 적당한 수준의 스트레스는 우리를 더 건강한 상태로 회복시킬 수 있는 근거.
AMPK와 서투인이 활성화되면 세포에게 자가포식을 하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mTOR (mammalian target of rapamycin) : 세포가 자가포식 쪽으로 스위치가 켜지려면 다른 스위치가 하나 꺼져야 한다. 그런 스위치 역할을 하는 효소가 TOR이다.
다이어트 신약 : GLP-1 유사체.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되었다.
*GLP-1 (Glucagon-like peptide 1): 포만감을 주는 호르몬
-세마글루티드 (예, 오젬픽, 위고비)--> GLP-1에만 작용
약을 끊으면 체중이 원래대로 돌아온다.
-티제파티드 (예, 마운자로)--> GLP-1과 GLP-2 둘 다 작용. 효과 최대.
비만 효과가 알려지면서 고가에도 불구하고 재고가 부족해져 정작 당뇨환자들이 약을 못 구하는 일이 자주 벌어지기도 했다.
특정 영양소의 결핍이 과식이나 식탐을 불러일으킨다고 볼 만한 근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영양소 부족으로 과식하게 될 수 있는 경우가 딱 하나 가능하다. 바로 단백질이 부족한 경우이다.
단백질 레버지리 가설 (Protein leverage hypothesis)
아직은 가설. 결국 중요한 것은 균형. 운동 없이 근육 증가는 불가능.
운동은 왜 열량 제한만큼의 효과를 내지못하는 걸까?
-운동이 호르몬이나 에너지 대사에 미치는 영향 면에서는 소식의 효과를 흉내지 못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호르몬 변화에 미치는 영향력의 차이가 운동이 수명 연장 면에서 소식보다 효과가 떨어지는 원인이 아닌가 추측된다.
운동과 소식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보다 둘을 병행하는 것이 제일 좋은 선택이다. 운동을 열심히 한다고 과식의 해악을 막을 수 없고 식사만 제대로 해서는 운동의 유익을 거둘 수 없다는 것이다.
노쇠 (frailty) - 노화 (aging) 와 다름. 신체 기능의 급격한 저하로 정상적 일상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장수하는 사람의 신체 상태는 소식에 의해 유도되는 몸의 상태와 매우 유사했다는 것을 발견한데서 소식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졌다. 많은 당뇨병 치료제가 항노화 임상시험중인 것만 봐도 소식과 수명 연장과는 관련이 있다.
위고비의 탁월한 체중감량 효과가 전세계적으로 알려진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10월 17일부터 판매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약을 끊으면 체중이 원래대로 돌아온다고 하니 고가의 약을 계속 먹지 않는한 원하는 체중을 약으로만 유지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보다 더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티제파티드가 위고비를 대체할 것인가? 값이 더 저렴한 위고비의 카피약이 등장할 것인가?
미래의 이야기도 아니고 바로 코앞에서 벌어질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