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도, 책 내용에 대해서도, 전혀 사전 지식 없이 읽게 된 책이다.
예전과 달리 정석대로 등단해야만 작가가 되고 책을 내는 시대가 아니라고들 하니, 그렇지 않은 경로로 출판된 소설을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K-스토리 공모전 수상작'이라는 소개글이 있기에 골라보았다. K-스토리 공모전은 아이디어와 스토리가 뛰어난 작품과 신진 작가 발굴을 위하여 쌤앤파커스, 리디북스, 쇼박스, 아크미디어가 함께 개최하는 공모전이라고 한다.
이야기의 배경은 1957년. 지금 세대들은 물론이고 내가 태어나기도 전이다.
분류하자면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면을 배경으로 한 역사 로맨스라고 할까. 정치적 격변 속에서 만난 두 청춘의 사랑과 갈등을 그린 소설이다. 주인공인 백도야는 서울대학교에 입학했으나 친일파인 아버지와 뜻이 맞지 않아 집에서 나와버렸고 학업을 계속하지 못하고 국숫집 종업원으로 일하며 학생 운동 모임에 참여한다. 또다른 주인공 이한이는 가난과 폭력 속에서 정치 깡패가 되지만 우연히 백도야를 만나고부터 단순한 깡패 생활을 청산하고 도야에게 잘 보이기 위해 빨갱이를 탄압하는 일에 가담하지만 도야와의 관계는 오히려 어긋나기만 한다. 이들의 엇갈림과 복잡한 감정은 복사꽃 언덕에서의 재회를 상징적인 목표로 삼으며 시대의 상처를 극복하고자 하는 희망을 암시한다.
어떻게 보면 줄거리가 다소 익숙한 전형적인 서사로 느껴질 수 있다. 1950년대 혼란한 사회적 배경 속에서 정치적 신념이 다른 두 인물이 사랑하지만 결국 비극적으로 엇갈리는 이야기는 역사 로맨스 장르에서 자주 사용되는 플롯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소설이 가진 장점이라면 1950년대 해방 이후 한국 사회의 소외된 이면을 잘 조명하고 있다는 점, 비극 속에서도 희망을 찾으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주제나 설정에서는 새로울 것이 없으나, 문장이 서정적이고 매끄러워서 읽어나가는데 부자연스럽거나 어려움이 없었다.
한국 현대사의 한 단면을 확실한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K-스토리 공모전 취지에 부합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저자에 대해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다른 작품을 통해 다시 만나보는 수 밖에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