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때 어쩌다가 월간 샘터를 정기 구독 했던 시절이 있었다. 왜 하필 샘터였지는 모르겠으나 아마 학생이던 때 내 용돈으로 정기구독할 수 있는 범위의 가격대이기도 하고, 거기 실리는 정채봉 시인, 최인호 작가의 연재, 이해인 수녀의 글, 법정 스님의 글을 매월 읽을 수 있는 것이 좋았고, 화려하지 않아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좋았었던 것 같다.
얄팍한 책의 처음 부터 끝까지, 광고, 목차, 맨 뒤의 기자, 편집자의 한마디까지, 거의 빼놓지 않고 다 읽는 것은 버릇이었다.
내가 '한강'이라는 이름을 알게 된 것은 바로 그 샘터지의 맨 마지막 페이지, 편집 후기 에서였다. 한강이라는 이름이 특이해서 더 기억에 남을 수 있는데, 다른 기자들의 몇 줄 소감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의 글들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한달에 한번씩 읽던 한강 기자의 편집 후기를 어느 호부터인가 읽을 수 없게 되었다. 다른 기자 이름이 올라오고 한강 기자의 이름은 빠져 있는 것을 보고 출판사를 그만 두었나보다 했다.
나의 샘터 구독은 계속 되어 책꽂이의 한 줄을 다 차지하기에 이르렀는데 친구 중 하나가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집에 있느라 너무 심심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집에 있는 샘터를 다 싸다가 친구에게 가져다 주었다. 부담없이 읽기에 좋을 거라면서.
"다 읽고 나서도 버리지는 말아줘. 내가 한권도 안 빼놓고 모아놓고 있거든."
친구에게 당부했다.
그런데, 나중에 친구에게 돌려받은 샘터 꾸러미에는 듬성듬성 빠진 호가 있었다. 아무리 찾아도 없다는 것이었다.
괜찮다고 하고, 그 후부터는 열심히 모으기를 그만 두었던 것 같다.
몇 년 후 한강이라는 이름을 서점의 신간 코너에서 보게 되었다.
'아, 예전의 그 기자! 작가로 데뷔했구나.'
알고 보니 나의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작가 한승원 소설가의 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때 아버지의 책 꽂이에 있던 한승원 작가의 책이 '앞산도 첩첩하고'였던가.
Youtube도 없던 시절, 팟캐스트로 열심히 듣던 <문장의 소리>라는 방송이 있었고 (지금은 Youtube로 들을 수 있다), 한강이 사회자로 진행했던 때가 있었다. 나즈막하고 톤이 없는 목소리로 그날 초대받은 작가와 조곤조곤 나누는 대화를 듣는 것을 참 좋아했었다. 몇년 뒤 문학평론가 신형철이 사회자로 진행하던 때에는 한강이 초대작가로 나온 적이 있었는데 신형철이 한강 작가를 얼마나 좋아하고 높이 보는지 들으면서도 여실히 느껴졌었다.
적어도, 노벨상을 받았다는 소식으로 한강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이 아니라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