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펄프헤드라는 제목부터 설명을 해야겠다.
'펄프픽션 (Pulp
fiction)' 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다. 퀜틴 타란티노 감독이 만든 미국 영화인데 영화제목
펄프픽션이란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저렴한 종이 (펄프지)에
인쇄된 소설이라는 뜻이다. 주로 값싼 대중소설 잡지에 실리는 범죄, 공포, 탐정 이야기 등, 자극적이고 저속한 내용을 다뤘고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문학적 가치는 낮다고 평가받는 경우가
많다.
'펄프헤드 (Pulp head)'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특정한 의미를 지니지 않지만 펄프픽션에서
유래된 단어로 해석될 수 있다. 즉, 저급하고 자극적인 대중문화나
소설을 즐기는 사람들을 가리킬 때 비공식적으로 사용되는 말이다. “head”는 특정한 취향을 가진 사람을
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펄프헤드는 이러한 장르에 대한 애호가를 뜻할 수 있다.
미국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존 제레미아 설리번이 2011년에 출간한 이 책 <펄프헤드>는 일종의 에세이 모음집으로서 미국의 대중문화와 사회를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하며 저자의 날카로운 통찰과
유머로 독특한 서술 방식을 보여주는 책이다. 각각 독립적인 열 네 편의 이야기f를 통해 미국사회의 특이성과
모순을 한데 모아 보여준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분야의 구석에서 끌어올린 소재를 직접 체험하거나
답사하여 내용을 모으고, 자기만의 스타일로 정리하여 써내려 간 과정은 마치 한 편의 소설 같기도 하다. 어떠한 주제라도 유머 감각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진지함과 깊이를 함께 겸비한 이 책은 뉴욕 타임즈와 타임 매거진에서 2011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여기에 수록된 이야기는 모두 “미국
사회 + 대중문화”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 반석 위에서’는 설리번이 크리스천 록 (rock) 페스티벌에 참석한 경험을 다룬다. 제목의 ‘반석’은 rock을 우리말로 이렇게 번역한 듯. 독특한 음악 장르와 신앙이
관계를 분석하며 미국의 종교적 풍경과 음악이 어떻게 결합되는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미스터 라이틀: 에세이’는 설리번이 남부의 문학가 Andrew Nelson Lytle (1902-1995)과 함께 살았던 경험을 회상하며 쓴 글로, 스승과 제자 사이의 관계를 탐구한다. 라일리는 노년에 접어든 작가로
설리번은 그와의 시간을 통해 남부 문화와 문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게 된다.
‘마지막 웨일러’는 전설적인 레게 뮤지션 버니 웨일러와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자메이카의 레게 음악과 그 문화적 뿌리를 조명한다.
‘액슬 로즈의
마지막 컴백’은 건즈 앤 로지스의 보컬 액슬 로즈에 대한 글로 그의 복잡한 인격과 록 음악계에서의
부침을 기록했다.
마이클 잭슨의 삶과 음악, 그리고
그의 문화적 유산을 분석하여 그가 어떻게 대중문화의 아이콘이 되었는지에 대해 쓴 ‘마이클’, 미국 남동부 원주민들의 알려지지 않은 동굴 유적과 그것을 발굴하는 사람들을 따라 가서 취재한 ‘이름 붙여지지 않은 동굴들’, 자기 집을 페이튼스 플레이스라는
제목의 TV 시리즈 촬영지로 빌려준 이야기 ‘페이튼스
플레이스’ 등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이 직접 경험하거나 참여하여 쓴 기록이다. 가장 나의 관심을 끌었던 글은 지구 환경과 생태계를 마구 훼손, 손상시키고
있는 인간에 대한 동물의 반격을 취재한 ‘양들의 폭력’이라는
글이었다. 지구가 마치 인간의 소유물인양, 인간은 다른 어떤
생물이라도 마구 이용하고 함부로 다뤄도 되는 권리가 있는 양 행세해온 오랜 시간들은 생각하지 않고 동물들의 반격을 의외라고 여기는 이기적인 면을
보여주었다. 인간에 대한 방어 차원의 공격 수준에서 나아가 언젠가는 동물들이 인간을 공격하는 날이 올
것이라는 가정이 과연 가정일까?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성찰하게 하였고 지금의 지구 온난화와 이상기온이
그에 대한 경고장임을 상기시켰다.
논픽션이라는 기본을 지키는 한도 내에서 글쓴이의 생각과 감정이
자유롭게 가미되어 생동감 있는 글이 될 뿐 아니라 직접 본인이 보고 겪은 일을 썼다는 점에서 더 신뢰가 가기도 하는 점은 이런 형식의 글의 이점이라고 생각한다. 객관성은 좀 떨어질지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