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 미술관(개정판)] 나만을 위한 방구석 도슨트, 재미와 교양 다 잡는 미술 에세이
내가 대학을 다니던 2000년대 중후반엔 미술사학이 인기가 많았다. 교양수업은 항상 광클 몇 초 컷이고, 교양수업을 듣다가 과를 옮기거나 대학원, 유학을 가는 학우가 적잖았다. 신정아 사건도 이때였고, 미술전시 관람이 취미인 대학생이 참 많았다. 나도 아주 깊이 빠지진 않았어도 꽤나 문화생활을 열심히였던 대학생이었는데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고 취업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내 삶도 대학 문화도 완전히 바뀌었다. 요즘은 정부가 청년들의 문화생활을 지원하는 것이 많던데 요즘은 미술 전시나 책들의 인기가 어떤지 이 책을 읽으며 문득 궁금해졌다.
2019년 평단에서 출간되었던 문하연 작가의 <다락방 미술관>이 2026년 개정판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27명의 화가(중 모딜리아니는 아내와 함께 부부로 다뤄짐)의 삶과 그림을 속도감 있는 미술 에세이로 시대별, 사조별로 나열한 책이다. 구판과 개정판이 쪽수도 같고 편집도 비슷해 무엇이 바뀌었나 살펴보았더니 프롤로그 겸 작가의 말을 올해의 시점으로 다시 썼고, 책을 다시 읽으며 지금의 성인지 감수성에 맞게 문장들을 조금 고쳤다고 한다. 아무래도 미술 책은 압도적으로 여성 독자들의 소비가 많기도 하고 여성 화가들을 꽤나 다루는 책이라 개정의 의도를 충분히 공감하였다.
<다락방 미술관>은 15세기부터 현대까지의 미술을 다룬다. 각 화가별 에세이가 끝날 때마다 그 화가와 관련 깊은 미술관을 소개해놓았고, 책 뒤편에 참고문헌 목록을 수록해놓았다. 크게 두 가지 점에 책을 읽으면서 놀랐는데 하나는 15세기부터 서양에 여성 화가들이 꽤 있었다는 점이다. 그 수록 그림들은 내가 작가 이름과 성별을 몰랐을 뿐 본 적 있는 유명한 그림들이었다. 재력만 탄탄하면 배우자와 함께 혹은 단독으로 예술 활동을, 15세기부터 가능했다는 점에 놀랍고 문하연 작가가 27명의 화가를 수록하며 여성 화가들과 남성 화가들의 작품과 뗄 수 없는 배우자들을 많이 소개하려 신경 썼다는 걸 책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었다.
각 화가별 에세이가 길지 않으면서도 재미와 교양을 다 잡는 내용에 술술 읽히는데 문하연 작가의 원래 직업은 대학병원 간호사였고, 교양과 취미로 미술을 공부하고 이 정도의 글을 썼다는 점에 너무 놀랐다. 심지어 미술만 공부하고 책을 쓰는 게 아니라 소설, 드라마 극본, 시나리오, 오페라 가사 작사도 하신다고. ‘나만을 위한 방구석 도슨트’라는 표지 표현에 공감하며 아 그래서 책 제목이 <방구석 미술관>이구나 싶었다. 육아를 시작한 이유로 성인 전시는 남의 일처럼 된 지 몇 년 째인데 간만에 책으로나마 욕구를 풀 수 있어 참 행복한 독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