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지브리 이야기] 지브리가 직접 쓴 지브리 40년사
수많은 만화영화가 내 어린 시절을 채웠다. KBS에서 제작해 돌려 틀어주는 애니메이션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일본 것이었고 주말 아침을 책임지는 디즈니물이 있었다. <빨간 머리 앤>으로 지브리 스튜디오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처음 접했다. 특유의 그림체와 색감, 상상력을 자극하는 풍경과 음식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일본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나 공급되는 문화콘텐츠가 압도적으로 일본 것이 많은 시대에 미성년 시기를 보냈다. 전쟁을 겪었으나 반전과 평화를 외치고 자국을 비판하는 미야자키 하야오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다. 2013년 작 <바람이 분다>부터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철학과 가치관에 동의할 수 없어 신작을 기대하지도 찾아보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의 많은 작품에 열광했고 여전히 남은 애정이 있다. 그래서 지브리 스튜디오 40주년을 맞아 나온 <스튜디오 지브리 이야기> 출간 소식에 반가워하며 책을 찾아봤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창립멤버이자 현 대표이사인 스즈키 도시오가 책임편집을 맡은 책이다. 원서는 2023년에 출간했지만 지브리 스튜디오 40주년을 맞아 최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2023)까지 포함하여 27개 작품의 제작담을 총 망라하였다. 스튜디오 지브리 스튜디오는 첫 애니메이션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1984)>을 성공하면서 탄생한다. 도쿠마 쇼텐 출판사는 직접 제작 스튜디오를 설립하기로 하고, 텔레콤 애니메이션 필름 소속이었던 미야자키가 퇴사해 본격적으로 합류한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사하라 사막에 부는 뜨거운 바람을 뜻하는 기브리(GHIBLI)를 회사 이름으로 한다는 게, 발음을 ‘지브리’라고 잘못 알고 이름 붙인다.
<스튜디오 지브리 이야기>를 읽으며 생각보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역사가 아주 길지는 않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행보는 일본 애니메이션 기술과 시장 확장의 신기원을 열어가는 길이었고 생각보다 대성공이었다는 초기작들의 관객수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걸 알고 놀랐다. 우리나라 애니메이션도 40년, 50년이 지나면 달라질 수 있을까. 스튜디오 지브리의 역사를 쓴 책인 만큼, 미야자키 하야오가 연출하지 않은 작품들도 다루고 있다. <이웃집 토토로>와 <반딧불이의 묘>가 동시 제작‧상영이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스튜디오 지브리를 좋아한다면, 여기서 만든 작품을 하나라도 봤다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책이 상당히 두꺼운데(532쪽) 작품 하나 당 분량은 많지 않아서 읽기 힘들지 않았다. 각 작품별 메인 카피나 제작기, 흥행 성적 등 몰랐던 뒷이야기를 아는 재미에 독서 내내 흥미진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