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서평에서 이어집니다
구미호뎐 대본집 하下 - 한우리
9화. 어둑시니
10화. 데자뷔
11화. 꽈리
12화. 꼬리잡기 놀이
13화. 또 하나의 이무기
14화. DEAD END(막다른 길)
15화. ‘그대’라는 운명
16화. 다시 쓰는 구미호전
<구미호뎐>은 드라마도, 대본도 흥미로웠다. 소재와 설정상 손발이 오그라드는 부분도 있었지만 방영 당시 시청률도 괜찮았고 나도 보기 나쁘지 않았다. 작가의 두 번째 장편드라마인데 자료 조사도 대본 집필도 열심히 한 티가 역력한 대본이었다. 구미호 외에도 삼도천 문지기 탈의파, 현의웅이라든가 우렁각시, 어둑시니, 이무기 등 우리네 구전 전승 이야기들을 절묘하게 엮어져 있다. 그들이 현대에서 현대적인 모습으로 인간과 섞여 살아간다는 설정도 흥미로웠고 작가가 풀어낸 이야기 자체도 재미있었다.
산신이 된 구미호 이연은 인간 여자와 사랑에 빠지지만 그의 몸에 이무기의 일부가 들어가고 세상이 혼란해지자 어쩔 수 없이 제 손으로 죽이게 된다. 그 벌로 산신 지위를 박탈 당하고 저승의 삼도천(내세출입국 관리사무소)에서 탈의파와 현의웅의 심복으로 끝을 기약할 수 없는 저승공무원 생활을 한다. 그리고 그 저승공무원 생활을 한 지 600여 년이 지났을 때, 사랑했던 여자와 꼭 닯은 지아라는 방송국PD를 만나게 되고, 그가 얼굴만 닮은 게 아니라 연인의 환생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지아 역시 자신의 전생을 알게 되고 이연을 계속 만나면서 사랑에 빠지는데, 600 여년 전 그들을 갈라놓았던 이무기 또한 현재 살고 있고 그들을 찾고 있었다.
애초에 비인간과 인간의 사랑이 해피엔딩일 확률은 거의 없다. 탈의파는 이연과 지아는 결코 이어질 수 없다며 그들의 연애를 방해한다. 그리고 이무기와의 싸움에 이연의 이복동생 이랑과 이무기의 심복인 방송국 사장이 엮이면서 더욱 그 싸움이 어려워진다. 대본집은 드라마와 씬 배치가 조금 달라 비교하는 재미가 있고, 영상을 볼 때 놓쳤던 대사들을 지문과 함께 글로 읽으며 더 깊이 드라마를 즐기게 도와줘서 좋았다. 예전에도 드라마 대본집을 산 적은 있는데, 그 동안은 어떤 드라마를 결말까지 다 보고 감명 깊었을 때 팬심으로 소장하려고 샀다. 앞으로는 이번 <구미호뎐>처럼 관심 있는 드라마가 있으면 대본집부터 사서 드라마 시청과 대본집 독서를 동시에 해보는 것도 해봐야겠다. 만족스러운 대본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