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슬쩍 책을 서안 밑으로 밀어 두기라도 하면 그녀는 냉큼 책을 찾아서 품에 안고 아이처럼 웃었다.
"이 책을 만나기 전에도 분명 저는 살았겠죠. 한데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아요. 제 삶의 첫 자리엔 이 책이 놓였고, 그때부터 전 비로소 숨 쉬고 걷고 밥 먹기 시작하였답니다."
내가 들은 가장 아름다운 사랑 고백이었다.-114쪽
몸과 몸의 사귐이 지극하기 위해서는 내 몸에 대한 당신의 말과 당신 몸에 대한 내 마도 서로 섞여야 하죠. 시가 지극한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 했을 때, 몸에 대한 말보다 더 자연스러운 것이 있을까요. 순간순간 유일하며 순간순간 전부로 빛나는 말들!-10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