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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씨쨩와 밤톨군의 서재
  • 종말의 바보
  • 이사카 고타로
  • 15,120원 (10%↓840)
  • 2024-08-29
  • : 217

2006년 야마모토슈고로상 후보작, 2007년 제4회 일본서점대상 4위의 소설 『종말의 바보』 는 기상천외하고 독창적인 세계관을 중층적이고 정교한 구성력과 경쾌하고 소탈한 필치로 그려 내는 작가 이사카 고타로의 열한 번째 단행본이다. 넷플릭스 드라마로 <종말의 바보> 가 나온 것을 보고 원작 소설을 먼저 읽어보려 책을 펼쳤다. ( 나는 늘 원작을 먼저 읽는 편이라는 것을 깨닫는 하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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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로 선택된 <종말의 바보 > 를 비롯하여, <태양의 딱지 >, <농성의 맥주 >, <동면의 소녀 >, <강철의 울 >, <천체의 돛배 , <연극의 노 >, <심해의 지주 > 의 제목으로 종말까지 남은 3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소설 『종말의 바보』 는 《소설 스바루》에서 2004년 2월호부터 2005년 11월호까지 발표된 여덟 편의 연작소설을 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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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후에 소행성이 충돌하여 지구가 멸망한다는 충격적인 발표가 있은 후 5년이 지난다. 많은 창작물에서 '지구 종말'에 대해 다뤄왔기에, '만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에 대한 것은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봤을 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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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는 발표 후 폭동, 살인, 강도, 방화, 사기 등의 범죄가 만연하며 혼란에 빠지는 모습과 함께 공포에 휩싸인 사람들이 자살을 택하기도 했다고 묘사된다. 그리고 5년이 지난 후, 일본 센다이 북부에 자리한 아파트 단지 ‘힐즈 타운’을 배경으로 가까스로 공황 상태에서 벗어나 좀 더 차분해진 힐즈 타운 주민 혹은 그들과 관련 있는 사람들이 화자로 등장하여 저마다의 삶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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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딱지 SEAL>

"선택할 수 있다는 건 오히려 괴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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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간절히 원할 때는 와주지 않았던 아기가 10년만에 아내에게 찾아왔다. 앞으로 종말까지 3년이 남았는데 임신 8주라는 것을 알게 된 부부. '우유부단 대회가 있다면 일등일 것' 이라고 불리는 주인공은 아내의 '낳을까 말까? 선택의 순간이야. 선택은 당신 특기잖아(p54)' 라는 말에 결정장애에 빠진다. 나라면 어땠을까 상상해봐도 정말 어려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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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소행성이 떨어져도 어떤 방법으로 무사히 살아남지 않을까란 희망을 품어도 보고, 아이가 있는 친구들을 만나 의견을 들어보기도 한다. 소행성이 떨어진 후에 살아남은 주인공을 상상해보니 문득, 코맥 매카시의 소설 『로드』 를 떠올렸다. 대재앙이 일어난 날에 태어난 아이. 그리고 그 아이와 함께 살아남기 위해 길 위에 선 아빠의 이야기.  『로드』 의 엄마와 달리, <태양의 딱지>의 엄마 미사키는 절망으로 자살할 타입은 아닌 것 같다는 싱거운 생각을 해보며 다음 장면으로 옮겨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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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왜 제목이 '태양의 딱지' 인지 궁금했는데, 책 속의 문장에서 답을 찾았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어떻게 결론을 내렸을 지 궁금해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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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 좀 봐." 잠시 후 쓰치야가 정면의 태양을 가리켰다. 아름다운 원형을 그리며 저물어 가는 태양은 하늘에 붙은 딱지처럼 또렷했다. "소행성이 떨어져서 우리가 사라져도 분명 저 태양이나 구름은 남겠지."

"그러고 보니 그렇겠네." 저 딱지는 쉽게 떨어질 것 같지 않다. 

"조금 든든하지?" 쓰치야가 조용히 말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 p85


<동면의 소녀 GIRL>

"세상은 앞으로 3년이면 끝나고, 사람이 쓰러져 있는 마당에 경망스러울지도 모르지만 나는 신비한 예감에 마음이 들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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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자살하고 혼자 남은 주인공도 있다. 혼자 남은 소녀는 세 개의 '목표'를 세운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원망하지 않는다.', '아버지의 책을 전부 읽는다' , '죽지 않는다' 다. 두 번째까지의 목표는 다 달성했다. 주인공 소녀 미치는 올해들어 조금씩 동네가 안정된 것을 소강상태, 즉 '진정된 것이 아니라, 찰나의 휴지(休止)'라고 생각한다. 식료품을 사러 나간 길에 만난 친구의 모습에서 새로운 목표를 하나 추가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움직인다. 첫 번째 목표인 '아버지와 어머니를 원망하지 않는다' 에 대해 '벚꽃이 봄철에 잠깐만 핀다고 해서 용서 못 한다고 화를 내는 사람은 없잖아요(p181)' 라고 말하는 장면을 읽다가 가슴이 먹먹해졌다. 미치가 왜 '동면의 소녀' 인지 또한 이야기 속에서 등장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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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을 앞둔 디스토피아적 배경이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는 우울하고 절망적인 분위기로 흐르지 않는다. 각 소제목의 의미를 찾아보며 소설을 읽는 동안 경쾌하고 따스했다.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어떤 비참한 상황이라도, 그래도 사람은 살아가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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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카카오톡 프로필은 '내 생애 가운데 가장 멋진 하루되기' 다. 추가적으로 일어로 '今をいきる' 즉, '지금을 살다' 로 적어둔 지 오래되었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과도 비슷한 결이다. ( 그러고 보니 로빈 윌리암스 주연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일본 제목이기도 하다. 나는 어떤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사에서 가져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  『종말의 바보』 를 읽으며 다시 '오늘을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 를 생각한다. 카톡 프로필로 이 문장을 적으며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초심을 떠올려보게도 되는 하루. 책을 덮은 후에도 깊은 여운이 남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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