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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평선 너머
  • 벤자민 마이어스
  • 16,650원 (10%920)
  • 2026-05-22
  • : 4,680

#수평선너머 #벤자민마이어스 #다산책방



 

광부가 될 운명이었던 한 소년이 길을 걷는다. 간단한 짐을 싸 살아보지 않은 곳, 미지의 세계를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배가 고프면 일을 해주고 먹을 것을 샀으며 풀숲에 방수포를 치고 침낭에서 잠을 잤다. 바다가 보고 싶어 바닷가를 향해 걷다가 한 오두막 앞에 섰다. 풀이 자라 오두막을 온통 덮고 있는 곳이었다. 커다란 개가 으르렁거리자 이내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나이 든 여자가 나타나 함께 차를 마시자고 했다. 소년이 구해온 쐐기풀차를 함께 끓여 마시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 저녁을 먹고 가라고 했다. 맛있는 저녁을 먹고 침낭에 누워 아침을 맞았다. 새로운 미래가 그 앞에 펼쳐졌다.

 



살아가면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 지나가는 소년이었을 뿐인데, 차와 저녁을 주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친절을 베푼 여성은 덜시 파이퍼다. 개 버터스와 함께 오두막에 살고 있었다. 먹을 것이 풍부해 보였고, 어떠한 주제에도 막힘없이 대화할 수 있었다. 덜시로부터 시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비를 피해 오두막의 작업실로 갔던 날 그는 거기서 시집을 발견했다. 누군가의 체취가 묻은 공간에서 흔적이 묻은 물건들이 다수 있었다. 시선을 피하고 그 상황을 피하려는 덜시를 보며 말하지 않은 사연을 짐작했다.



 

삶은 저 바깥에서 내가 게걸스레 먹어치워 주기를, 허겁지겁 집어삼켜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감각이 내 안에서 깨어났고, 도무지 만족을 몰랐으며, 나로서는 그것을 감당해야 했다.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혹은 점점 더 많은 사람에게 깔려 익사하듯 죽어간 또래들을 위해서라도 내게는 삶을 탐닉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23페이지)

 






문학이란 무엇인가. 타인의 경험과 살아가는 방식을 보고 나의 삶을 점검해 볼 수 있다. 때로는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에 대하여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하며 어떻게 살아갈지 미래의 삶에 변화를 이끌 수 있다. 지지부진한 삶 속에 문학은 새로운 삶으로 이끄는 안내자에 가깝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로버트의 앞에 나타난 덜시는 그에게 탄광 말고도 새로운 삶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시와 문학 혹은 철학을 말하고, 지금의 삶과 다른 삶을 향해 나아갈 것을 권한다. 전쟁이 끝난 후, 폐허에 가까운 삶의 현장에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깨닫게 한다.



 

너는 오직 네가 원하는 대로만 삶을 살아야 한단다. 다른 누군가를 위해 살지 말고. 우리는 거대한 변화의 문턱에 서 있어. 나를 믿어보렴. 모든 순수가 사라진 지금, 어떻게 해야 할까? 자유, 그리고 자유를 추구하기.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언제나 노력해야 할 목표야. 미래가 불확실할지라도 그 미래를 거머쥐는 건 온전히 네 몫이야. (143~144페이지)

 



다소 작위적인 면이 없잖아도 문학이 가진 상상력에 반하게 되지 않나. 로버트가 자유를 향해 여행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덜시 파이퍼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로버트를 일깨우고, 언제든 이곳으로 돌아올 수도 있는 삶의 안식처 역할을 했다.



 

자연에 대한 묘사가 뛰어났다. 로버트가 걸어온 길, 바다를 향해 펼쳐진 들판, 속삭이는 초원과 울룩불룩한 덤불 사이로 난 길, 돌담과 좁다란 울타리로 이어진 막다른 길. 이러한 장면을 작가는 ‘꿈결 같은 풍경’이라고 표현했다. 마치 그 장소에 있는 듯,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 안에 있는 듯한 풍경이었다. 이처럼 소설은 섬세한 장면 묘사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삶은 짧고, 우리는 단 한 번만 살 수 있다는 것. (315페이지)



 

네 삶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라는 덜시 파이퍼의 말이 떠오른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원할 수 있는 것. 우리 부모가 살아온 길을 되풀이할 필요는 없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 길을 향해 나아가는 것.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처럼 만족스러운 것도 없다. 경험은 우리를 새로운 삶으로 이끈다.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궁극적인 해답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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