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독자가될게요 #정세랑 #마음산책
한 권의 책을 쓰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꾸준히 써야 하고, 결과물로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매일, 조금씩 쓰는 습관이 필요하다. 작은 메모들이 쌓여 커다란 산을 만들 수 있다는 건 진리다. 메모장이 모여 산을 이룬 장면을 생각하니, 유명 관광지에 있던 것들이 생각났다. 그저 예술작품으로 바라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제 작가들은 글쓰기라는 숙제에 대하여 고민하는 듯하다. 작가의 글쓰기 방식은 당연히 궁금하다. 하지만 미래의 창작자가 궁금해하는 글쓰기는 좀 더 다를 듯도 하다. 주로 언제 써야 하는지, 어떤 주제를 설정해야 하는지 세부적인 사항이 궁금할 것이다. 작가는 말한다. 독자에서, 좀 더 나아가 자신의 글을 써보라고. 툭 던지듯 말한다. 글을 쓰고 싶어도 망설이고 있는 이들에게 건네는 선물 같은 책이랄까. 하물며 독자들에게 건네는 응원 같은 책이라고 해도 좋겠다.
창작은 그 능력이 되는 사람에게만 주어진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이 있겠지만, 창작자는 신이 내려주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여겼다. 독자와 달리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고, 인물에 대하여 좀 더 깊이 구상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작가의 글을 읽다 보니 누구라도 노력하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미래의 창작자들에게 할 수 있다는 힘을 불어넣어 준다.
작가의 글을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면 그의 소설이 좋다. 작가가 그리는 세계관 속에서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을 배운다. 작가란 상상의 세계가 남다른 존재다. ‘당신은 어떤 종류의 창작자인가’를 묻는 편에서, 새로운 스타일을 추구하는지, 공감을 이끌어 내기 위해 쓰는지, 들리지 않던 새로운 목소리를 담고 싶은지를 묻는다. 공감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어떨 때는 익숙한 주제보다 새로운 시각을 주는 작품이 좋다. 생각할 거리, 미래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게 좋다는 뜻이다.

다른 장르보다 소설이 더 좋은 나는 꽤 많은 작품을 찾아 읽는다. 전작주의자 같은 행동을 보일 때도 있다. 나는 책을 쓰는 사람이 아닌 읽는 사람, 즉 독자라는 신분이 좋다. 변화 없는 일상에서 하나의 선물처럼, 마치 여행하듯 타인의 삶을 훔쳐본다. 쓰는 자의 고단함을 알기에 독자로 머무는 것에 만족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인물에 대하여 다양한 질문을 건네야 한다. 갈등을 일으키는 문제를 주어야 하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인물로 만들어야 한다. 몇 명 되지 않은 인물들이면 단조로울 수 있으니 여러 명의 주변 사람들을 배치하여 주인공의 마음을 흔들고 헤집어야 한다. 괴로운 상황을 즐길 수 있으며, 나라면 이렇게 행동하겠다는, 어쭙잖은 충고 같은 것도 할 수 있으리라.
표절에 대한 것도 미리 파악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작품이 출간되면 그 내용을 살펴본다. 읽다 보면 비슷한 주제와 설정을 만나곤 하는데 자칫 표절로 이어질 수 있다. 놀랍지 않은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상상력을 발휘한다는 것 자체가 놀랄 일이다. 발 빠른 자가 먼저 완성한 쪽이 진정한 주인이 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늦은 자는 고이 간직할 수밖에 없다. 작가는 이러한 상황을 ‘우리 같은 꿈을 꿨나 봐요.’라고 말한다.
작가의 상상력은 무궁무진하다.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간의 마음을 표현하는 작가와 미래의 어느 세계에 있는 듯 상상력의 세계를 표현하는 작가들이 있다. 예전의 나는 ‘SF소설은 나랑 안 맞아’, 이렇게 생각했었다. 내 마음이 열리지 않았던 거였다. 지극히 현실적인 인간이라 미래의 나를 상상하지 못하겠다고만 여겼다. 지금은 어떤가.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든, 현실적인 미래든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다. 그걸 몰랐다.
오늘의 볼품없이 짧은 메모가 훗날 작품의 기둥과 보가 될 수도 있다. 지금 쓰는 작품과 전혀 상관없는 메모라도 무방하다. 메모의 무작위성이야말로 메모의 힘이다. 번뜩 떠오르는 이미지, 아직 얼굴이 보이지 않는 인물의 대사, 전개를 모르는 사건 등 뭐라도 좋다. (193페이지)
작은 메모 하나 허투루 버려서는 안 되겠다. A4 한 장을 채우는 게 힘들뿐더러, 글 한 줄 쓰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 작은 메모 하나가 한 장의 글을 쓸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는 걸 깨달았다. 때로는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알지 못해도, 꾸준히 쓰는 것만큼 좋은 습관도 없다는 걸 알려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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