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커레이드라이프 #히가시노게이고 #현대문학
히가시노 게이고의 문학이야말로 별다른 선택을 하지 않아도 즐거움을 준다. 마치 찍어내듯 작품을 내는 것 같은데도 때로는 감동을, 때로는 재미를 선사한다. 출간하는 작품마다 추리소설 팬들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닛타 고스케가 나오는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 『매스커레이드 라이프』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닛타 고스케는 이번 작품에서 경찰을 그만두고 호텔 리어로 변신했다. 『매스커레이드 게임』에서 도움을 받았던 나오미와 함께 활약을 이어간다.
호텔 코르테시아에 경시청의 아즈사 경감이 찾아오며 새로운 사건이 시작된다. 규에이사 출판사에서 진행하는 ‘일본 추리소설 신인상’ 수상작 선정을 위한 심사가 이 호텔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수상 후보자인 작가가 살인 용의자이며 그를 중요 참고인으로 연행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경찰 출신인 닛타 고스케가 보안과장으로 있으므로 여러모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추리소설 신인상 후보자인 살인 용의자만 있으면 재미가 없다. 추리소설이란 다양한 인물의 군상과 어디서 어떻게 튀어나올 줄 모르는 인물의 등장이 매력 아닐까. 하필 그때 외국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아버지가 닛타가 근무하는 호텔에 등장한다. 30년 전의 사건과 현재의 사건이 한데 어우러져 진행되는 방식이다.
호텔은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가면을 쓰고 등장한다. 호텔리어는 가면을 쓴 이들을 존중하고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신인 문학상 후보자가 살인 용의자다. 살인을 위한 치밀한 계략이 추리소설에 그대로 나타나 있는 형식이라 짜릿함과 두려움을 안겨주었다는 게 옳은 말일 것이다. 또한 문학상을 만든 출판사의 행태에 대하여도 말한다. 수상작 발표와 동시에 출간해야 많은 사람이 책을 읽을 것이고, 그게 판매 부수로 연결된다. 하지만 유력한 수상 후보자가 살인 용의자라면 출판사는 그 부담을 떠안을 수 없다.

그 어떤 작품보다 매력적인 후보작이지만, 그가 살인범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러한 부담을 안고 있는 건 출판사뿐만 아니라 문학상 수상 후보를 가려야 하는 심사위원도 마찬가지다. 유력 후보가 중요 참고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위원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부담감에 공감하게 되었다.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술술 읽힌다. 소설 속 액자소설, 즉 신인상 후보작인 「남은 목숨」의 내용도 파격적이다. 시한부를 선고받은 연인이 우연히 살인을 저지르고 느꼈던 희열을 다시 안겨주기 위해 사냥감을 찾기 시작했다는 내용이다. 문득 욘 린드크비스트의 소설 『렛미인』이 떠올랐다. 피를 필요로 하는 소녀를 위해 사람을 숲으로 데려가 거꾸로 매달았던 한 남자의 순애보 말이다. 번역자도 말했지만, 이와 별도로 「남은 목숨」도 소설로 나온다면 상당히 짜릿할 것 같다. 다섯 가지의 살인, 다섯 가지의 트릭을 사용한 작품이라니. 기대되지 않은가 말이다.
가면으로 지켜온 인생 말입니다. 호텔을 방문하는 고객은 모두 가면을 쓰고 있다. 호텔리어는 그 가면을 존중하고 절대로 벗기려 해서는 안 된다. (207페이지)
마음 속에 가면을 품지 않은 사람은 없어요. 때로는 가면을 쓰고 때로는 가면을 벗고서 살아가죠. 그렇기에 인생이 풍부하고 즐거워지는 거고요. 저는 그렇게 믿어요. (427페이지)
경찰을 그만두었다고 하지만, 닛타 고스케의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이 예리하다. 아즈사 경감이나 독자가 보기에도 호텔 직원으로 있기에는 안타까운 인물이 아닌가 말이다. 복수의 사건이지만 깔끔한 진행 방식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된다. 감추고 싶은 모습, 아무에게도 드러내지 않고 살아가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대변하는 작품이라고 봐도 좋겠다. 그나저나 닛타 고스케는 다시 경찰로 돌아갈 수 없나. 물론 호텔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해결하지만, 경찰은 경찰일 때 가장 멋진 모습이 아니던가.
사건의 해결이 다소 밋밋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다. 호텔이라는 특성 때문이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닛타 고스케의 또 다른 활약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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