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긴밤 #루리 #문학동네
우리는 누군가와 아주 가까운 관계에 있을 때 우리라고 부른다. 함께 걷는 것, 함께 나아가는 것을 가리킨다고 해야겠다. 가장 소중한 존재와 함께 있다는 것을 가리키는 우리라는 것에 관하여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오랜만에 동화를 읽었다. 인터넷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에 오래도록 올라 있던 작가의 책을 두 권 골랐다. 루리 작가의 『긴긴밤』과 『나나 올리브에게』 였다. 일상에 지쳐 있던 와중에 오랜만에 동심을 느끼고 싶었다.
세상에 마지막 하나 남은 흰바위코뿔소와 펭귄 치쿠의 여정을 담은 동화다. 흰바위코뿔소가 어째서 코끼리 고아원에서 발견되었는지 몰랐다. 노든의 첫 기억은 커다란 코를 가지고 있는 코끼리들이었다. 코끼리들 틈에서 자란 그는 코끼리의 보살핌에 익숙해 있었고 다르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했다. 코뿔소 노든은 자기의 삶을 찾아 떠나는 여정에 올랐다. 버려진 알을 양동이 담아 길을 떠난 치쿠와 함께 바다를 향해 걸었다. 악몽을 꾸느라 깊은 잠을 자지 못하는 그들에게 긴긴밤이 계속되었다. 무서운 인간들에게 복수하고자 했던 노든의 분노 때문이었다. 바다를 향해 천천히 걷는 여정 속에서 다르지만 함께 있다는 소중함을 느끼는 치쿠와 노든이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치쿠는 ‘우리’라는 말을 많이 썼다. 노든은 알에 대해 딱히 별 관심은 없었지만 ‘우리’라고 불리는 것이 어쩐지 기분 좋았다. (63페이지)
알을 지키기 위해 바다로 나아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던 치쿠는 용기있는 펭귄이었다. 노든이 위험에 처하면 상대방을 부리로 쪼았고, 새똥을 주변에 뿌려 지키려고 했으며, 긴긴밤 외로울 때 노든의 틈에서 밤을 지냈다. 목숨이 다했다고 여겼을 때 노든에게 알을 지켜달라고 약속을 받아냈다. 자기의 알이 아니었음에도 목숨이 다할 때까지 지키는 치쿠를 보며 배울 점이 많았다. 동물도 인간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지구상에 하나 남은 흰바위코뿔소의 이야기를 한 편의 동화로 풀어냈다. 이로써 우리는 흰바위코뿔소를 영원히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동화지만,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와 삶의 연대를 통해 살아갈 수밖에 없는 관계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되었다. 결국 마음을 여는 건 내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 서로 의지하고 뜻을 함께할 수 있는 관계여야만 우리라고 불릴 수 있지 않겠나.
이제 아기 펭귄은 노든과 헤어져 펭귄으로서의 삶을 시작할 것이다. 바다에서 혼자 헤엄칠 수 있었듯 누군가에게 이름으로 불리는 존재가 되리라. 살아가면서 노든의 말을 잊지 않을 것이다. ‘너는 너’고 어른이 되어 만나도 냄새, 말투, 걸음걸이만으로도 알아보지 않겠나. 이제 『나나 올리브에게』를 읽을 차례다. 가슴속에 따뜻한 온기를 가득 채운 느낌이다. 어른이 동화를 왜 읽는지 깨닫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긴긴밤 #나나올리브에게 #루리 #문학동네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동화 #창작동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