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리 #카멜다우드 #민음사
2024 공쿠르상 수상작이기도 한 『후리』는 알제리에서 언급이 금지된 알제리 내전의 검은 10년의 진실을 말하는 작품이다. 알제리 정부에서 금서로 지정한 소설이기도 하다. 검은 10년에서 살아난 생존자인 여성의 목소리로 그 사건의 본질에 닿게 한다.
알제리의 오랑에서 거주하는 오브는 과거 알제리 내전 당시 목이 반쯤 잘린 상태에서 구조되었다. 이로 인해 목소리를 잃고 튜브로 숨을 쉬며 살아간다. 그녀의 뱃속에 한 아이를 잉태하였고, 뱃속의 아이에게 후리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내전의 상흔과 흔적을 따라가는 여정을 담담하게 말하는 형식이다. 이 이야기가 끝나면 후리는 이 세상에 없을 아이다. 학살의 현장, 과거 학살의 현장으로 떠나며 오브의 앞에 놓인 세상을 경험한다. 어머니의 온기 아래 지냈던 집과는 달리, 거리에 서 있는 오브는 사막에 있는 듯하다. 남성의 그늘 아래 있어야 하는 사회의 여성 입장으로 사막을 건너는 오브의 행보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게 된다.
이십 년 전의 오브는 아직 아이였다. 다섯 살의 어린 오브가 다른 이름으로 불렸을 때 농장에서 부모님과 언니와 함께 살았다. 그들이 농장으로 찾아온 날, 목이 그어져 죽어가던 그때, 언니는 오브를 향해 눈을 깜박였다. 죽은 척을 하라는 눈빛에 눈을 감았고, 혼자 살아남았다. 언니의 눈빛을 잊을 수 없는 오브는 언니를 그리워하고 스스로 증거가 되어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했다. 전쟁을 말할 수 없는 나라에서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듯 세상 밖으로 뛰쳐나왔다.

어느 길로 가야 할까? 오브의 앞에 놓인 길은 고난의 행보였다. 트럭에 태워준 아이사가 말하는 이야기를 듣고, 검은 10년의 피해자인 또 다른 여성 함라가 경험한 지옥을 듣는다. 오브에게 전하는 이야기는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피맺힌 부르짖음이었다. 역사적으로 여성은 전쟁의 한가운데서 늘 이용당하는 존재였다. 하지만 살아남아 역사의 진실을 전달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학살 전쟁이 일어났던 장소에 도착하고 나서야 오브가 이십 년 동안 찾아다녔던 걸 깨닫는 장면이 나온다. 언니가 주었던 눈빛, 자신을 살리고자 희생했던 그 장면을 떠올리며 오열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먼 훗날, 시간이 흘러 진정한 흔적이자 증거로 움직였던 여정에서 비로소 깨닫는 언니의 눈빛이었다. 말을 표현하지 못한 진정한 사랑이었다.
난 진정한 흔적이야, 우리가 알제리에서 십 년 동안 겪은 그 모든 것을 증명하는 가장 견고한 흔적. 나는 한 전쟁의 모든 역사를 품고 있어. (20페이지)
카멜 다우드가 전하는 피의 목소리는 우리를 다시 알제리 역사의 한가운데 있게 했다. 역사의 승리자는 검은 10년을 숨기고, 사상자마저 축소해서 알렸다. 은폐하는 역사 위에 그 흔적과 증거로 역사의 진실을 알리는 이가 있게 마련이다. 문학이 가진 힘이 아닐까. 문학은 역사의 흔적을 전하고,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역사는 소리가 되어 널리 울려 퍼진다. 작가는 오브를 통해 자기 안의 목소리와 다른 목소리 즉 두 가지 언어로 역사의 진실을 알리고자 했다.
지구의 반대편에서 안타까워하며 많은 사람에게 읽히길 바라게 된다. 역사는 감춰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역사의 진실은 누군가의 목소리로 알려지는 법이다. 다양한 목소리가 울려 퍼져야 현재와 미래의 역사가 바로 설 수 있는 게 아닐까.
#후리 #카멜다우드 #민음사 #공쿠르상수상작 #프랑스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