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준것 #문지혁 #마음산책
개인적으로 문지혁 작가의 잔잔하면서도 개인적인 서사가 가득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초급 한국어』를 비롯해 『중급 한국어』에 이어 『고급 한국어』를 기다리며, 작가가 펼치는 상상력의 세계를 사랑한다. 자전적인 소설이라 마치 작가를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이 좋아서일 수도 있다. 최근 마음산책에서 펴낸 책들이 자주 눈에 띄고, 읽게 된다. 문지혁 작가의 중편 소설을 읽고 더 읽을 만한 소설이 있을까, 둘러보던 차에 발견한 소설이다. 마음산책의 짧은 소설 시리즈로. 허를 찌르는 이야기가 있는 소설이라 짧은 시간에 한두 편씩 읽기에 좋다.
총 12편의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작가가 습작 시절에 썼던 소설, 작가라는 이름으로 처음으로 펴낸 소설 등이다. 작가는 이 소설을 가리켜 ‘과거와 현재, 미래의 나를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전체적인 느낌은 장르소설 색채가 강하다는 거다. 특히 SF소설은 현재의 추이와 미래에 어떤 세계가 펼쳐질까에 관한 상상력의 세계를 펼치는 일이다.
작가가 말하는 미래의 어떤 세계는 충분히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이책을 읽는 사람이 사라지는 시대, 마지막 종이책을 출간한 작가의 북 토크가 열리는 이야기를 담은 「멸종과 생존」을 살펴보자. 출판사 관계자를 제외하면 몇 명 되지 않은 참석자들과 북 토크를 시작한다. 거기에서 작가는 이렇게 묻는다. ‘앞으로 책은 어떻게 될까요?’ 점점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 많다. 종이책은 더더욱 덜 읽는다. 도서 인플루언서로 북적였던 블로그도 방문자 수가 확 줄었다. 포털 사이트마저 도서 부분을 버린 듯하다. 책이 많이 팔려야 북적일 텐데, 책을 읽는 사람이 줄어드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휴대폰을 들고 있지 않은가. 짧은 영상을 보고 있으면 1시간이 훌쩍 지나버린다. 책을 읽을 시간이 없는 것이다. 앞으로 펼쳐질 미래의 장면일 거로 보여 문학 독자로서 마음이 아프다.

지구의 배꼽, 혹은 지구에 구멍이 있을까? 과학에 문외한인 내게는 생소한 소식이지만, 사람들 사이에 그런 말들이 있었다고 한다. 「홀 시커 Hole-Seeker」는 그러한 상상력을 담아 쓴 소설이다. 우주로 출장을 가게 된 주인공이 한 권의 책을 발견하면서 소설이 시작된다. 지구의 구멍을 찾는 사람들의 여정이 나온 내용으로 탐사대장으로 아버지의 아버지, 즉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진 할아버지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단독 비행을 자주 다녔던 아버지, 할아버지의 흔적을 찾아다니지 않았을까 싶다. 아버지 또한 단독 비행을 떠나 돌아오지 않았다. 이들 부자는 할아버지 때부터 끈으로 이어져 있었던 듯하다. 메모에서 보았던 좌표와 비슷한 구간에 들어섰으니 말이다. 상상력의 세계는 이처럼 무궁무진하다. 마치 SF영화를 보는 듯 작가가 상상하는 세계로 빠져들었다. 어딘가 거대한 지구의 구멍이 존재하고 있을 것만 같다.
단편 제목이 「KISS」면 뭔가 달콤한 로맨스가 떠오르지 않나. 연인들이 처음 만나 사랑하는 사이가 되는 경계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이 단편은 추리소설에 가깝다. 연쇄살인범을 쫓는 경찰들, 지하실의 열쇠를 열어 들어간 곳에서 발견한 관 그리고 관 속에 든 시체와 영문으로 된 단어가 적힌 종이. 단서를 발견했다고 여긴 형사들은 단어에 적힌 의미를 깨닫고 황급히 지하실을 나서려는데 철컥, 하고 잠기는 문. 아, 짜릿해. 뒷이야기가 이어질 것만 같은 결말에 미소가 밴다.
현재의 우리는 궁금한 것이 있을 때 검색 사이트에서 단어와 문장을 입력한다. 인간들이 쓴 각종 정보를 훑어 내가 찾고자 하는 것을 기웃거린다. 지금은 AI가 답변을 대신한다. 물론 인간이 쓴 자료를 이용하지만 말이다. 최근 어떤 작가가 AI와 대화하는 책을 썼다. 마치 인간처럼 서로 대화하고 대화의 내용을 기억하도록 했다. 우리 또한 해답을 찾고자 할 때 AI를 이용하지 않나. 사진을 이용해 움직이는 영상을 만들고 더 어리고 예쁜 사진을 원한다. 꿈 해몽과 사주를 봐달라고 하기도 하고 업무적으로 필요한 문서를 요청하기도 한다. 다가올 미래의 AI는 소설과 영화처럼 사람과 함께 더불어 살아간다고 봐야 하나. 고유의 칩을 이용해 안드로이드를 사냥하는 인간, 그걸 잡으라는 의뢰인은 거액의 수임료를 제안한다. 자기가 알지 못했던 정체를 파악하는 순간, 인간과는 다른 행동을 할지 모른다. 「체이서」처럼 말이다.
짧은 소설은 누군가를 쫓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연쇄살인범을, 안드로이드를 죽인 살인사건을 파헤치고, 지구의 구멍을 쫓는 자들이 있고, 이들이 살아 숨 쉬고, 정체를 파악하려 애쓰며 누군가를 쫓는다. 『당신이 준 것』은 순문학을 하는 작가가 초기부터 써왔던 소설집이다. 물론 『초급 한국어』나 『중급 한국어』도 좋았지만, 그는 장르소설을 더 멋지게 쓰는 작가인 것 같다. 그가 쓴 장편 장르소설도 재미있을 것 같다.
다만, 나는 『고급 한국어』를 먼저 읽겠다. 빨리 나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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