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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문학에서 관심을 두는 문학상 수상작 첫 번째가 ‘나오키상’ 이며 두 번째가 “일본서점대상”이다. 서점인들이 가장 팔고 싶은 소설을 투표로 선정하며, 감동적인 작품이 주를 이룬다. ‘카프네’는 포르투갈어로 ‘사랑하는 사람의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넣어 빗겨주는 행동’를 의미한다.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 따뜻한 음식이 주는 위로가 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치유하게 되었다는 사연도 많다. 이 책도 그중의 하나로, 깨끗하게 청소한 집과 맛있는 요리로 치유를 받은 주인공이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친절 그 이상의 감동을 다룬 소설이다.
가족에게 받은 상처를 오히려 타인의 행동 하나로 치유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지 않나. 타인이 모여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는 가족 형태가 많아지는 추세다. 아베 아키코의 『카프네』도 유사 가족을 이루는 과정을 담았다고 해야겠다. 사랑하는 남동생을 잃고, 남편에게는 이혼 통보를 받은 가오루코가 남동생의 전 여자친구 세쓰나를 만나며 소설이 시작된다. 거짓말처럼 생일날에 죽은 남동생이 세쓰나를 위해 유산을 남겼다. 유언장에 적힌 대로 가오루코는 남동생의 뜻을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세쓰나는 약속 시간보다 30분 늦게 도착하여 퉁명한 목소리로 유산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단칼에 거절한다.
세쓰나는 가사 대행 서비스 회사 카프네에서 요리를 담당하고 있었다. 남동생 하루히코가 세쓰나에게 유산을 남긴 이유가 있을 거라고 여기며 마지막 소원을 이뤄주고 싶었다. 가오루코의 생일날 예약된 선물이 배달되고, 세쓰나를 위한 선물도 있었다. 가오루코의 집에 찾아온 세쓰나는 엉망이 된 집안 상태를 바라보고, 가오루코를 위해 요리를 해주었다. 오랜만에 요리다운 요리를 먹은 가오루코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벌써 몇 달이나, 아니 몇 년이나 자신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살았다. 이제 나는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고, 필요로 해주는 사람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누군가를 도울 수 있었다. 고작 두 시간이었고, 심지어 대단한 일도 아니었다. 그래도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 할 사람은 나다. 오히려 도움을 받았다. (118페이지)
가오루코는 세쓰나와 함께 카프네 일을 시작한다. 국가공무원인 가오루코가 쉬는 토요일에 청소를, 세쓰나는 요리를 담당했다. 평소 가오루코에게 하던 말과 달리 의뢰인이 필요로 하는 음식을 만들어 데워 먹을 수 있게 했다. 오히려 일터에서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 왜 가오루코는 세쓰나에게 신경이 쓰이는지 잘 알지 못했다. 다정하지 못한 부모를 만나고 난 후 세쓰나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지쳐있는 상태였으며 타인의 도움이 필요했다. 질식할 것 같은 피로를 당연한 것처럼 여겼던 그들에게 두 시간의 요리와 청소 도움은 다시 살아갈 힘을 주었다.
‘너 자신에게 솔직하게 살고 있니? 네가 바라는 것, 원하는 것을 손에 넣으면서 살아가지 않으면 안돼.’ (275페이지)
하루히코가 왜 죽었는지 그 이유는 나중에야 드러난다. 중요한 것은 가오루코와 세쓰나의 연대일 것이다. 누군가가 영원히 사라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있는 세쓰나의 마음을 가오루코는 다정하게 품어줄 수 있었다.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과 유사한 공동체를 이루는 관계를 살펴보게 했다. 우리나라 작품에서도 이와 비슷한 가족이 생기는 것을 보았다. 가족보다 나은 형태일 수도 있다. 적당한 거리를 지키면서 도움을 받고 또 줄 수 있는 관계라고 보면 되겠다.
세쓰나의 앞머리가 헝클어지자 가오루코가 세쓰나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빗겨주는 장면이 나온다. 서로를 배척하는 관계였던 이들이 마음을 열고 서로를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마치 답변이라도 하듯 가오루코의 머리를 쓰다듬는 세쓰나의 행동에서 우리는 여성들의 연대와 환대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서로 의지하며 살아갈 새로운 공동체의 시작이었다. 카프네의 의뢰인들을 향한 다정한 행동들이 내가 받은 위로와 치유의 답변 같았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내가 바라는 대로 나아가는 것이 바로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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