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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플라워
  • 한 남자
  • 히라노 게이치로
  • 13,050원 (10%720)
  • 2020-10-30
  • : 1,216


#한남자 #히라노게이치로 #현대문학

 



뒷모습을 바라보는 남자를 그린 그림이 있다. 변호사 기도 아키라가 그 그림을 바라보는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한 사람의 뒷모습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가 말하는 대로 이야기를 듣고 그의 삶의 궤적을 논한다. 하지만 그가 말한 모든 게 거짓이었다면 우리는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까. 그를 제대로 안다고 말할 수 없다.

 



주인공 기도 아키라는 리에의 부탁을 받고 한 남자에 대해서 조사를 시작하는 변호사다. 죽은 남편의 정체를 조사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리에는 아픈 아이가 죽자 치료 문제로 서로 의견이 달랐던 남편과 이혼 후 본가로 내려와 문구점을 운영하였다. 3년여 동안 행복한 결혼생활을 했던 리에는 남편이 죽을 때까지 그를 다니구치 다이스케로 알았다. 남편은 다른 사람의 기억과 이름을 사용했다. 그의 삶에서 가장 행복했을 시간에도 그는 왜 진실을 말해주지 않았을까. 리에는 아빠를 그리워하는 유토에게 그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진실이 밝혀졌을 때 말해주고 싶었다. X에 관한 조사를 하던 기도는 재일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받았던, ‘재일교포 3세’라는 아이덴티티에 관하여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에 관한 깊은 고민을 한다.



 

왜 다른 사람의 이름을 사용했는가. 그의 정체를 파악하고자 조사하는 과정은 정체성에 관한 질문과 X라는 남자에 관하여 깊은 이해를 하는 시간이다. 추리 형식의 소설이며 다니구치 다이스케가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조사를 시작한다. 미스즈를 만나 다이스케와 사귀었던 일련의 과정을 듣는다. X가 다이스케를 죽이고 그의 신분을 도용했는지 의심하는 한편 우연히 참석했던 사형수들의 전시회에서 어떤 그림을 마주한다. 리에의 남편이었던 X와 화풍이 비슷한 그림이었다. 사형수의 그림을 토대로 그가 저질렀던 살인 기사의 사진을 보고 X가 고바야시 겐기치의 아들일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 아버지가 감옥에 들어간 후 어머니의 성을 이어 받은 그의 이름은 하라 마코토였다. 그는 과거 복싱 유망주로 이름을 올렸으며 그마저도 포기하고 다른 사람의 이름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일련의 과정은 X가 이름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된다.






 

소설이 변호사, 기도 아키라의 시선으로 사건의 정황, 현재의 감정들을 담았다면 영화는 하라 마코토가 처한 상황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준다. 그가 느꼈을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뭇매, 아버지를 꼭 닮은 거울 속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괴로워했다. 사람들은 그를 하라 마코토가 아닌 살인자 고바야시 겐기치의 아들로 보았다.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멍에와 낙인을 버리고 싶었을 것이다.

 



버리고 싶은 과거가 있는 경우, 이처럼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살고 싶을 것이다. 소설에서는 이런 사람을 위한 브로커가 존재했는데,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누군가의 간절한 마음을 이용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하라 마코토와 다니구치 다이스케의 상황에 공감하는 이유일 것이다.

 



여전히 앳되고 미남인 츠마부키 사토시와 특별한 매력이 있는 안도 사쿠라의 연기가 꽤 괜찮았다. 거짓된 삶을 살지만, 그때가 가장 행복했을 거라는 안도감에 공감하지 않았나. 뭇사람들의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조용한 시골에서 삼나무를 베는 작업, 다른 사람의 이름일망정 아들과 딸, 아내와 소소한 삶을 누렸던 그 시간이야말로 진정한 삶이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존재가 아닌 한 남자의 소박한 삶이었다.



 

죽은 자는 자기 쪽에서는 부를 수 없고 그저 불러주기를 기다릴 뿐이다. 하지만 이름이 정확하지 않은 죽은 자는 어느 누구도 불러줄 수 없어서 그만큼 한층 더 깊은 고독 속에 있는 것 같았다. (106페이지)



 

‘나는 누구인가?’라는 존재와 정체성을 찾아가는 남자의 혼란을 지켜보았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 봐주길 기대하는 남자의 외침 같았다. 김연수 작가와 협업한 작품을 읽은 후 히라노 게이치로의 매력에 빠져 읽은 책이다. 오래전 구매 후 읽지 않은 『결괴』를 꺼내어 읽을 시기가 된 것 같다.

 

 

#한남자 #히라노게이치로 #현대문학 #책추천 #일본소설 #일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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