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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론테 자매의 소설을 일컬을 때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와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이 회자된다. 수없이 영화로 제작되어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내용이다. 그에 반해 앤 브론테의 작품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와일드펠 저택의 여인』을 은행나무출판사에서 국내 미출간작 초역을 출간한다는 소식을 듣고 설렜다. 앤 브론테의 『와일드펠 저택의 여인』은 관습과 제도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여성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랑하는 사람을 결혼 상대로 선택하고, 예상에 빗나갔을 때 주인공 헬렌의 현명한 선택은 지금의 여성들과 다르지 않다. 남편에게 종속된 부인이 아닌 한 여성으로서 우뚝 서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더군다나 보기 드문 서간체 형식의 작품이다.
길버트 마컴의 편지글로 소설이 시작된다. 와일드펠 저택에 새로 이사 온 그레이엄 부인에 관한 이야기를 마을 사람들과 여동생 로즈에게 듣는다. 아들이 하나 있는 그레이엄 부인은 이웃 사람들과 친해지는 걸 두려워하고 아이를 지나치게 보호하는 듯하다. 어떤 사연으로 오게 되었는지 궁금해하고 수군대는 모습이 자못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의 배경처럼 보인다. 저택에 이사 온 사람은 당연히 마을 사람에게 안부를 전하고, 교회에 나가야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듯하다. 소수의 사람이 모인 파티를 하고 초대를 받았으면 초대를 해야 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은 결혼이 아주 중요하다. 사랑이 없는 결혼할 수는 있어도 받은 유산이 얼마나 되는가가 초미의 관심사다. 그때나 지금이나 돈이 없는 사람은 결혼하기 힘든 조건이었으며, 여자 또한 막대한 재산을 가지고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컸다. 그 시절 여성의 지위는 아주 낮아서 결혼하는 순간 가지고 있는 유산도 남편의 소유가 되었으며, 헤어지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제도였다. 이혼 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돈이 없으면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이며, 집안일을 도와줄 하녀를 둘 수 없기 때문이었다.

헬렌은 파티에서 만난 잘생긴 남자 아서에게 한눈에 반했다. 그의 행실을 알고 있던 이모는 결혼을 막지만, 헬렌은 결혼하면 달라질 거라고 믿는다.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 듯하다. 자기의 사랑으로 아서를 감싸고 변화를 유도하지만, 나쁜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 오랜 준비 끝에 헬렌은 과감히 남편에게서 도망친다. 어린 아들 아서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그림을 그려 돈을 마련하고자 했다. 저택만 그리기 답답해서 신분이 노출될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바닷가로 나가 그림의 소재를 찾았다. 아이에게 나쁜 습관이 들지 않게 와인 충격 요법을 준 것도 그가 현명한 여성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앤 브론테는 제도에 순응하지 않고 개인의 삶과 행복의 중요성을 깨달았던 듯하다. 여성이라고 해서 남편에게 종속되는 걸 염려했고, 사랑하는 사람이 만나 결혼까지 이르는 과정과 결혼생활에서 지켜야 할 것을 강조했다. 또한 아니라고 느꼈을 때는 과감하게 뛰쳐나와야 한다는 거다. 진정한 사랑을 만났을 때 망설이는 남자를 붙잡아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도 달랐다. 적극적으로 나서 그의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이 나온다. 왜 이리 통쾌하냐 말이다.
서간체 형식의 소설은 중간에 액자소설처럼 헬렌의 일기를 수록했다. 그녀의 정체와 행실을 의심해 혹은 질투의 감정이 치달을 때, 헬렌이 건네준 그간의 일기는 서간체의 글과 대비된다. 한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감정, 이후에 드러난 결말은 짜릿하다. 비로소 독자가 바라는 결말을 마주했을 때 주인공의 감정과 흡사할 것이다. 우리는 그걸 공감 혹은 감동이라 일컫는다.
돈은 살아가는데 필수 불가결하다. 받은 유산이 많으면 좋은 조건의 배우자를 만날 수 있는 확률이 높았다. 선택에 비교적 자유롭다고 해야겠다. 그것은 빅토리아 시대나 현재나 다르지 않다. 삶에서 아주 중요한 조건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사는 게 가장 행복한 일 아닐까. 결혼이라는 제도, 한 사람의 인간으로 거듭나는 여성의 성장을 유쾌하게 다룬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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