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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탄탱고
  •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 17,820원 (10%990)
  • 2018-05-09
  • : 120,506

#사탄탱고 #크러스너호르커이라슬로 #알마

 



2025년 노벨문학상은 헝가리 현대문학의 거장 크러스터호르커이 라슬로에게 돌아갔다.『사탄탱고』는 헝가리 출신 벨라 타르 감독이 1994년에 만든 영화 <사탄탱고>(러닝타임은 438시간) 원작 도서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헝가리의 공산권이 해체(1989년)되기 이전(1985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공산주의의 몰락을 앞서 그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작가의 데뷔 소설이란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소설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에서는 1장부터 6장까지, 2부에서는 6장부터 1장까지 역순으로 진행되는 방식이다. 원을 그리며 추는 춤처럼 보인다. 무엇보다 소설의 목차를 ‘춤의 순서’라고 한 점이 인상적이다. 악마와 춤을 추는 집단 농장 사람들과 그들에게 영웅 혹은 메시아적 인물로 비치는 이리미아시가 추는 춤을 상상해본다. 춤의 끝이 어디로 향할지 귀추가 주목되지 않는가.

 



몰락한 농장 사람들이 이리미아시를 기다린다. 그들에게 이리미아시는 ‘희망없는 사람들의 가망없는 상황을 구제해 줄 목자’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리미아시는 일 년 하고도 반 년 전에 죽었다고 소문이 났으나 돌아온다는 소식이 들리자 마치 메시아를 기다리듯 희망에 차 있다. 하지만 작가는 앞서 이리미아시와 페트리너가 처한 상황을 보여준 바 있다. 정부의 정보원 노릇을 하다가 의심을 받아 그들에게 내쳐졌다.



 

이리미아시는 왜 농장 사람들에게 메시아처럼 여겨지는가. 그 또한 농장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데 말이다. 서투르고 사기꾼이 분명해 보이는데 무엇에 씐 것처럼 이리미아시를 기다리는 장면은 한 편의 블랙코미디 같다. 농장 사람들은 누구라도 붙잡고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다만 의사만 유일하게 이리미아시를 가리켜 사기꾼이라고 일컫는다. 농장 사람들을 면밀히 관찰하여 각자의 기록을 남긴다는 게 의미심장하다. 의사의 시선을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다.



 

주요 인물을 보자. 먼저 슈미트 부인은 타락을 상징하는 인물에 가깝다. 다르게 보면 몰락한 집단 농장의 배경과도 비슷하다. 후터키며 술집 주인 등을 유혹해 뭇 남성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그녀에게도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으니 이리미아시다. 이리미아시가 나타나는 순간 순한 양이 되어 불평불만이 사라진다. 그저 이리미아시를 위해 묵묵히 따를 뿐이다. 이리미아시의 존재가 아이러니다.



 

에슈티케는 호르고시네 막내 아이다. 호르고시의 두 자매 머리, 율리와 서니 그리고 엄마는 어린 에슈티케를 보살피지 않는다. 서니가 거짓말로 에슈티케가 모아둔 돈을 갈취한다. 이를 알게 된 에슈티케는 자기가 죽인 고양이를 데리고 저택으로 가 쥐약을 먹고 죽는다. 에슈티케의 죽음은 불온한 세상에 대한 외침이다. 악마와 탱고를 추는 사람들은 에슈티케가 죽기 전 술집을 들여다보아도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진창길에 빠진 의사만 걱정할 뿐이었다. 아무도 돌보지 않은 어린 여자애는 혼자 죽음을 맞이했다. 누구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부에 대한 불신과 저물어가는 공산 체제를 상징하는 게 아닐까.



 

이리미아시가 농장으로 돌아온 이유는 명백하다. 농장 사람들이 힘들게 벌어온 돈을 가로채겠다는 의도였다. 더군다나 술집에 도착했더니 모두 다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에슈티케의 죽음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에슈티케의 죽음을 이용한다. 죽음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며 그들의 죄책감을 일깨운다. 에슈티케의 죽음을 미래에 대한 희생자라고 표현할 정도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현혹해 그들이 가진 돈을 갈취하고 그들을 새로운 세상으로 이끄는 듯했다. 리더에게 의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리미아시를 맹목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작품 홍보 글에서는 작가를 가리켜 ‘현존하는 묵시록의 대가'라고 했다. 헝가리의 공산 체제를 비판하는 묵시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희망의 메시지는 인간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한 인간을 '미래를 여는 메시아'로 보는 건 여러 종교에서도 나타났다. 초월적인 존재로 여기나 결국은 사기꾼일 수밖에 없는 것. 공산 체제에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 같다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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