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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플라워
  • 너의 유토피아
  • 정보라
  • 15,750원 (10%870)
  • 2025-01-15
  • : 19,613


#너의유토피아 #정보라 #래빗홀



 

제목이 큰 역할을 할 때가 있다. 책을 고르는 기준에서 작가와 제목은 중요하다. 끌리는 제목의 책이 있으면 잘 모르는 작가의 책도 구매한다. 정보라의 소설집 또한 제목을 보고 작가가 추구하는 SF 세계가 궁금해서 구입했다. 이 책을 계기로 작가의 책을 더 찾아 읽게 되지 않을까 싶다. 『너의 유토피아』는 2021년에 출간된 『그녀를 만나다』의 개정판으로 데모하는 여성, 일하는 여성, 나이 든 여성의 평등을 위한 행동이 인상적이었다. SF소설의 가치를 한층 끌어올린 작품으로 진취적인 여성상을 비추었다.



 

단편은 총 여덟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작품은 「영생불사연구소」다. 직장인의 애환일 거로 여겼다. 소설의 결말을 보고는 깜짝 놀라 달리 평가하게 되었다. SF 소설의 즐거움을 알게 한 소설이었다. 살아있는 한, 먹고 살아야 한다는 밥줄에 대한 걱정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피할 수 없으리라. 그럼에도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귀한 존재라는 걸 깨닫는다.






 

이 글의 표제작이기도 한 「너의 유토피아」에서 생명이 있는 존재는 누군가로부터 보살핌을 받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갈 발걸음이라는 것을 일깨웠다. 멸망한 근미래의 지구, 살아있는 인간은 찾아볼 수 없고 AI만 남은 세상에서 인간을 위해 일했던 로봇은 다른 로봇 일련번호 314가 묻는 ‘너의 유토피아는?’이라는 질문에 지금 남은 에너지의 숫자를 말한다.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의 남은 양 말이다. 전력이 있어야 움직일 수 있고, 314와 대화도 할 수 있다. 근미래의 지구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에너지 비축량도 부족해 스스로 돌보아야 한다. 만약 더 큰 존재가 태양열 패널과 전지를 제공해 달라고 하면서 그의 시스템은 유지된다고 해도 그를 이용할 뿐이다. 인간의 형상을 한 314가 뒷좌석에 있다는 사실 만으로 위안이 된다고 표현한 장면은 감동이다. 인간이든 로봇이든 폐허에서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의지가 되는 존재라는 것을 말하는 부분이다.



 

인간에게 치명적이었던 코로나바이러스가 떠오른 「여행의 끝」에서 좀비는 매우 이성적이다. 한 가족으로부터 발병된 전염병의 원인이 무엇 때문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소설 속 좀비는 인간을 먹잇감으로 볼 뿐이다. 인간의 모든 것을 먹어 뼈만 남겨두고 형체를 없앤다. 다음 대상자가 나타날 때까지 정상적인 인간으로 행동하며, 필요할 때 그 정체를 드러낸다. 만약 실제로 좀비가 나타난다면 혼란에 빠지고 말 것 같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두리번거리다가 결국에는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다른 사람을 찾아 헤맬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 따위 존재할 리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신해 있다가 다른 해결 방안이 나올 때 돌아오려고 노아의 방주 즉 과학자들을 태운 우주선을 띄웠다. 감염되지 않은 사람을 선택했으나 어떤 장소에서든 바이러스를 묻혀 왔을 터, 우주선 내부에서도 전염병이 발병하여 사람들을 해치웠다. 언어학자가 우주선에서 알게 된 유일한 친구를 그리워하는 장면에서 불온함을 느낀다. 발상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예상치 못한 결말에 놀라며 다른 한편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주 보통의 결혼」은 제목부터 보통의 결혼을 뜻하지 않는다. 처음 만났던 순간, 우연히 마주치게 된 순간을 운명이라며 결혼하게 된 남자. 남편은 시간을 가리지 않고 전화하는 아내를 관찰하기 시작한다. 자기가 아파 누워있던 새벽에도 전화기를 붙잡고 있는 아내를 의심하기에 이른다. 누군가 있을 거라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는 마음을 엿보인다. 아내의 고백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SF소설이기에 가능한 에피소드다. 몇십 년을 함께 살아도 배우자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본래 인간은 나 외에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닌가. 배우자가 어디에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거 같다. 그저 인간을 이해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인간이 100살까지 살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미래의 상상력일 뿐이라고 여겼던 일이 현실이 되고 있다. 80세 만기 보험 적용 기간이 이제는 100세 만기로 바뀐 것처럼. 미래의 인간 수명은 100세 이상 그 너머를 바라볼 것이다. 이러한 상상력으로 구현된 소설이 「그녀를 만나다」가 아닐지 모르겠다. 좋아하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긴 줄을 서 있던 여성은 바로 뒤에 줄 서 있던 젊은 남자로부터 성추행을 떠올리는 말을 들은 후 줄 앞쪽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줄 서 있던 사람 중 많은 사상자가 생겼다. 폭발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테러 용의자가 되었다. 120살이 되는 시점에 말이다. 용의자를 찾기 위해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기에 이른다. 전투적인 여성상을 나타냈다. 차별 반대에 관한 투쟁을 말하는 소설이었다.



 

차별 반대를 위해 누구보다 앞장섰던 작가의 외침이었다. 이러한 작품이 많아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고 싶었다. 아무튼 시리즈로 나온 『아무튼, 데모』가 궁금하다. 어떤 마음으로 데모했을지 그 내력을 파악하고 싶다. 『너의 유토피아』가 필립 K. 딕상 최종 후보였다고 한다. 이 작품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작품이 외국에 많이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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