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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플라워
  • 그해 푸른 벚나무
  • 시메노 나기
  • 15,300원 (10%850)
  • 2025-05-14
  • : 454


#그해푸른벚나무 #시메노나기 #더퀘스트



 

카페도도 시리즈의 작가 시메노 나기는 소박하지만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로 하는 작가다. 카페를 경영하는 주인공과 카페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교감과 그들의 이야기가 퍽 다정하다. 카페를 운영하는 여성 3대의 이야기를 전한다. 카페 앞마당에 있는 100년 넘은 산벚나무가 소설을 이끌어간다. 서른 살의 히오는 매일 아침 정오에 문을 열고 오후 6시가 되면 문을 닫는 카페를 운영한다. 할머니 야에가 호텔을 경영했고, 엄마는 그 장소에 레스토랑을 했다. 히오는 카페 문을 열기 전에 출근하여 마당을 쓰는 게 첫 번째 일과다. 다과와 함께 말차와 센차, 호지차를 내는데, 날씨와 계절에 따라 다른 다과를 직접 구입해 손님들에게 내놓는다.

 



커다란 벚나무가 있는 카페를 상상해본다. 봄이면 온통 분홍빛으로 꽃을 피우고, 비가 내리면 잠시 수그러들었다가 더 활짝 핀 카페 앞마당은 모두가 좋아하는 장소다. 벚나무가 소설을 이끌어간다고 했다. 사람들은 알지 못하게 몰래 꽃눈을 틔우고, 계절이 바뀌는 것과 동시에 꽃망울을 터트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낙엽을 쓸어 나무 밑동으로 모으는 히오를 지긋이 바라보기도 하며 카페를 찾는 사람들의 면면을 살핀다.

 






책을 읽다 보면, 산벚나무가 카페 체리 블라썸의 지킴이 같다. 히오, 엄마 사쿠라코와 아버지, 할머니 야에를 돌보았던 존재 같다. 햇살이 좋은 봄날, 기지개를 켜듯 힘이 가지 쪽으로 힘차게 뻗어나갈 때, ‘아무래도 내가 꽃을 피우기 시작한 모양이다.’라고 외친다. 설렘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느낌이다.



 

카페 체리 블라썸을 찾는 손님들은 저마다 산벚나무를 바라보거나 조용히 차를 즐긴다. 2주일에 한 번씩 꽃을 관리해주는 미야코는 계절과 날씨에 맞는 꽃을 골라와 장식한다. 그런 미야코의 꽃과 함께 계절을 잇는 다과를 준비하는데 그 이름 또한 어여쁘다. 예를 들면 사쿠라모찌는 벚꽃 피는 계절에 떡 반죽에 앙금을 넣고 벚나무 잎사귀 세 장으로 감싼 과자다. 계절을 느낄 수 있는 과자에 반하듯 바라보게 된다.

 



카페를 찾는 사람들은 꽃집 미야코 씨와 가방을 만드는 가나, 외국인 여성과 일본인 남성 부부, 두 명의 여자 친구, 화과자점을 하는 모녀들이 저마다 자기 이야기를 들려준다. 때로는 심상한 답변을 하는 게 위로하는 일이라는 걸. 누군가의 관계를 섣불리 판단하지 않는 것 또한 상대방을 향한 배려라는 걸 배운다.

 



어머니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한 발 뒤로 물러서는 딸의 입장 또한 이해된다. 화과자점의 시그니처 디자인에 자신만의 색을 입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 또한 어머니의 이해와 배려가 아닐까. 서로 관계가 소원해졌어도 믿고 기다리면 상대방의 진심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잠시 서운했다고 해서 상대방과의 관계가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표지가 정말 예쁘다. 아마도 벚꽃 피는 계절에 이 책을 구입하지 않았나 싶다. 온통 분홍색으로 물든 산벚나무 앞에 서서 바라보는 있는 여성의 모습이 이 소설을 나타내는 것만 같았다. 물론 시메노 나기의 감성을 좋아하기도 한다. 지극히 일본인다운 감성을 가졌다. 혼자서 묵묵히 일하고, 미래에 대하여 고민을 하지만, 결국엔 제 자리를 찾는 여성들의 성장을 다루었다.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는 가까운 듯 먼 듯 적당한 거리를 지키는 다정함이 스몄다.



 

사람은 사라져가는 눈앞의 현실에만 관심을 보이지만 과거가 있었기에 미래도 있는 법이다. 과연 알기나 할까. 오늘이라는 하루는 면면히 이어지는 시간의 한 조각이라는 사실을. 삶은 그렇게 이루어지고 있다. (21~22페이지)

 



벚꽃은 봄에 꽃을 활짝 피웠다가 여름이면 벌써 내년의 꽃눈을 형성한다. 더 예쁜 꽃을 피우기 위해 가을에는 나뭇잎을 붉게 물들였다가 겨울에는 잠을 자듯 움츠려 꽃눈을 보호한다. 봄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면 하나둘씩 꽃망울을 터트리는 것이다. 계절은 거스를 수 없다. 그 푸르던 벚나무도 이제 노랗게 물들었다. 벚나무는 우리가 몰랐던 꽃눈을 아무도 모르게 틔우고 꽃을 피우기 위해 준비 중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았다. 잔잔한 일상의 소중함을 말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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