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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문학 속 장소를 가보고 싶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문학 작품 속 장소에서 책 내용을 기억하고 다시 책을 읽으며 책 속에 있는 듯한 기분을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문학여행을 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가령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를 방문한 문학 여행자에 관한 기사를 보았던 것처럼 말이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던 곽아람 기자가 안식년으로 미국에서 1년간 거주할 때 방문한 책 속 도시를 방문한 여행기다. ‘독서 여행자 곽아름의 문학 기행’이라는 부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저자는 어렸을 때 읽었던 책 속 세계를 탐사하는 독서 여행자라 할 수 있다. 그녀가 방문한 장소에서 어렸을 때 읽었던 주인공을 기억하고 책 속 장소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을 느끼게 된다.
책의 첫 장부터 마음을 훔친다. 소녀들의 이야기인 『빨강 머리 앤』의 도시 프린스에드워드 아일랜드다. 소설 혹은 애니메이션을 볼 때 세계 지도를 펼쳐놓고 찾아보았던 섬이기도 하다. 그저 상상에 불과했던 장소를 다녀왔다는 거에 부러움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사진으로 그 마음을 달랠 뿐이다. 사진이나마 볼 수 있다는 거에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러니까, 이 책은 2018년에 출간되었던 『바람과 함께, 스칼렛』의 개정증보판이다. 책을 거의 다 읽을 정도로 저자의 팬인데, 이 책을 건너뛰어서 언젠가 읽어볼 책으로 담아두었다가 개정판으로 보게 되니 반가울 뿐이었다.

저자를 처음 알게 된 게 블로그에 연재하는 그림 관련 글 때문이었다.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할 정도로 미술사에도 탁월한 지식을 자랑하는 저자는 어렸을 때 읽었던 문학 작품에 대한 글도 많이 썼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갖고 있어 독자들의 마음을 훔친다.
문학이 탄생한 장소가 실재한다는 것만으로 책은 독서 여행자들에게 많은 울림을 준다. 책이 나에게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을 준달까. 문학 작품이 주는 위로 혹은 환대일 것이다. 실재하는 장소에 찾아가 책 속 주인공과 조우하는 듯한 느낌이다. 작가가 작품을 쓴 장소에서 작가의 삶과 글을 쓰게 된 배경 그리고 작품 속 인물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프린스에드워드 섬에 방문해 그린게이블즈와 몽고메리 생가를 둘러보는 저자를 보며, 매슈 아저씨에게 재잘거리는 앤의 모습이 떠올랐다. 더불어 매슈 아저씨의 죽음으로 대학을 포기하고 교사가 되기로 했던 앤이 굽어진 모퉁이에 왔다고 했던 장면은 감동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새로운 삶을 선택을 하는 앤에게 어찌 감동하지 않을까. 책을 부르는 문학여행이다.
이십 대 시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읽고 한동안 이 작품에서 헤어 나오질 못했다. 누군가 ‘내 인생의 책’을 물어보면 항상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말했었다. 이후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으로 옮겨가긴 했지만 말이다. 책에서 다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미국 남부 도시 애틀랜타나 찰스턴을 보니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 나도 스칼렛이 좋았다. 레트 버틀러의 마음을 몰라주는 게 한편으로 안타깝긴 했지만, 모든 선택의 순간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았던 스칼렛이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의 방향을 선택했다. 적극적인 여성상을 보여준 인물이었다.
책 말미에 저자가 어머니와 일본의 북쪽 도시를 여행했던 내용이 나왔다.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의 배경 도시인 아사히카와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책 『빙점』이 떠올랐다. 이해할 수 없어 하면서도 푹 빠져 읽었던 소설이었다. 책 좋아하는 저자인 건 알았지만 『빙점』까지 읽었다는 건 의외였다. 엄마와 함께 책 이야기를 하며 여행하는 모습이 퍽 다정했다.
책이 책을 부른다. 읽었던 책은 반가움에 다시 읽고 싶어지고, 읽지 않은 책은 꼭 읽어보겠다며 목록을 적는다. 책 속의 장소를 여행하며 감동적이었던 내용을 기억해보고 그 장소에서 작품의 배경과 작가의 삶을 떠올린다. 예기치 않는 여행길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함께 간 친구와 새로운 추억을 쌓는다. 문학 여행이 삶의 원동력이라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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