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의뢰 #김성민 #창비교육
밤 12시가 되면 비밀채팅방 <해결 사이트> 공지란이 깜박거린다. ‘오늘의 의뢰’라는 글이 올라오며 채팅방이 들썩거린다. 누군가 의뢰를 한다. 어디 고등학교 몇 학년 몇 반 실명까지 거론되며, 전교 1등인 그 아이가 전교 1등 못하게 만들어달라는 의뢰를 한다. 이어 해결사가 나타난다. 다른 사람의 의뢰를 해결해주면 다음엔 자신의 의뢰를 올릴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규칙은 간단하다. 약속을 못 지키면 영원히 사이트 이용 금지다. 매일 비밀번호를 바꿔가며 소수의 인원만 참가하게 되는 비밀채팅방이 열리면 다양한 의뢰가 생긴다.
해결하지 못한 일이 있으면 누군가 나서서 해결해준다. 아주 심플한 일일 것 같다. 하지만 위험한 일이 있을 수도 있다. 이를테면 낯선 사람이 지나갈 때 시끄럽게 짖는 개를 죽여 달라는 의뢰가 들어왔다면 그건 동물보호법 위반이 될 것이다. 또한 동물에서 인간까지 해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 에피소드 중에 문구 센터에서 볼펜을 구입해 계산대로 갔더니 점원이 슬쩍한 펜을 내놓으라고 했다며 문구 센터 유리창을 깨달라는 의뢰 같은 경우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사람들에 의해 문구 센터 유리창이 와장창 소리가 나며 깨지고, 안에 있던 한 아주머니는 얼굴을 감싸 쥐며 비명을 질렀다. 짜릿한 무언가를 찾아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는 점점 정도를 더할 것이다. 타인을 괴롭히는 행위가 오픈 채팅방에서 해결될 사안은 아니다.

가림 중학교 2학년 해민이는 반찬가게를 하는 엄마와 함께 산다. 2층에 새로 이사 온 도경과는 같은 학교에 다닌다. 문예 창작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해민에게 주영은 소중한 친구다. 해민은 친구가 많고 활달한 성격의 주영이 부럽다. 동아리에서 공감 에세이 글쓰기 대회에 나가 대상을 수상하며 동아리 회원인 소정이와 불편한 사이가 된다. 소정이는 해민의 대상을 인정할 수가 없다. 수상에 대한 욕심도 없고 노력도 하지 않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반면 소정은 누구에게나 인정받고 싶고 노력도 많이 한다. 부모님 또한 자신에게 많은 기대를 하고 있기에 꼭 대상을 받고 싶었다. 물론 당연히 대상을 받을 것으로 생각한 것도 없지 않다. 그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하고 기다려주면 되는데, 부모가 되는 순간 욕심이 많아지는 것 같다. 큰 기대를 하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실망하는 표정을 짓지 않았는가 말이다.
해민과 도경, 주영은 어른에게 말하는 것보다 스스로 해결하려 했다는 점이 특별하다. 친구와 생겼던 오해도 스스로 풀 줄 알고, 서로의 의견을 들어가며 해결 방법을 찾고자 했다.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 대화를 하고,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게 됐다. 약간의 결핍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살아가는 방법은 많이 다르다는 것을 깨우친다. 어떤 문제를 쉽게 해결하려 들면, 결국 자신의 삶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혹시 이런 글을 보고 실제로 채팅방을 만들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생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생각과는 다르게 아이들은 어떤 게 옳은 일인지 파악하고 있다. 오히려 어른보다 더 나은 사고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청소년 시절엔 친구가 거의 모든 것이다. 만약 친구와 싸웠다면 세상을 잃은 것 같다. 친구와 우정, 시험공부, 글쓰기, 미래에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한다.
중학생이 하는 일상적인 고민과 비밀채팅방에서 일어나는 오늘의 의뢰 사건이 절묘하게 녹아들어 있었다. 친구와의 관계를 고민해볼 수 있는 주제를 다루는 등 현실적인 문제와 상상력을 가미한 비밀채팅방, 누군가 해결해주었으면 하는 에피소드가 재미있었다. 주변 청소년들에게 읽히고 싶은 소설이다. 시험 고민이나 친구와의 갈등, 미래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삶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하는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위로가 필요한 청소년들에게도 도움이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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