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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 드 보부아르는 소르본 대학 시절에 만난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와 계약결혼하며 서로를 구속하지 않는 연인이자 지적 동반자로 평생을 함께 한 일화로 유명하다. 역시 실존주의 철학자이자 사회운동가, 작가인 보부아르의 삶에서 아홉 살에 만난 친구 엘리자베스 라쿠앵, 일명 자자라고 불린 그녀를 앙드레라는 이름을 주인공으로 하여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시몬 드 보부아르의 유작으로 그녀의 입양 딸인 실비 드 보부아르에 의해 공개된 소설이다. 자자를 앙드레로, 시몬은 실비로 이름을 바꿔 ‘둘도 없는 친구’에 대한 기억을 문학이라는 장르로 부활시켰다. 보부아르의 작품에서는 시몬 드 보부아르가 자자와 나눈 편지를 수록했는데, 자자를 가리켜 ‘둘도 없는 사이’라고 자주 일컬었다. 소설가 백수린 때문에 알게 된 작품으로 작가의 유려한 번역으로 만날 수 있어 더 소중하다.
소녀시절의 친구는 남자와는 상관없이 사랑에 가까운 우정을 나눈다. 서로 애틋해 하고 마치 연인처럼 자주 만나 친구 관계를 이어가는 과정이 이성과의 사랑 못지않다. 사랑과 우정의 그 경계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어린 시절 친구와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동감할 만하다. 다른 사람보다 나를 더 좋아해 주길 바랐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둘도 없는 사이』에서 앙드레(자자)는 실비가 아홉 살에 처음 만나 스물한 살 갑자기 죽을 때까지 우정을 나눈 친구다. 형제자매가 많은 앙드레가 여성으로서 집안의 모든 일들을 해치워야 할 때, 앙드레를 만나지 못하는 실비의 안타까움이 작품에 자주 나타났다. 앙드레가 좋아했던 소년과 이별, 결혼을 생각할 정도로 사랑했던 파스칼의 관계에 대한 앙드레의 어머니 행동을 실비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앙드레가 가족을 중요시하고 엄마에 대해 숭배에 가까운 감정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곳곳에 앙드레를 향한 실비의 감정이 드러났다. 만나서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으나 가족 혹은 일 때문에 단 5분간의 시간을 할애할 뿐인 앙드레를 향한 실비의 애틋함과 안타까움 같은 거 말이다.
‘모두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앙드레를 사랑했다.’라는 문장이 인상적이었다. 사라진 앙드레를 찾는 갈라르 부인을 보고 느낀 감정이다. 다르게 보면 앙드레에게 동생들을 챙기게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약혼이 아니면 멀리 떠나보내는 등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었다. 여기에서도 주체적인 삶을 사는 실비와 가족에게 떠밀리는 앙드레의 성격이 드러난다. 결국 죽음에 이르는 부분을 보면 누군가의 딸로 사는 것보다 '나'로 사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하는 것 같다.
자자는 무엇 때문에 죽었나. 얼핏 보면 사랑의 상처 때문이 아닐까 여겼는데 바이러스에 의한 뇌염 때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여자아이의 의무가 그런 역할을 했을 거로 보았다. 온전한 나로 살지 못한 앙드레에 관한 안타까운 감정이 묻어났다.
소설 뒤편에 자자와 시몬이 나눈 편지와 사진이 수록되어 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여행을 다녔던 장면이 이 소설을 쓰게 되는 이유였을 것이다. 좋아하는 친구에게 마음을 전하고 오래도록 기억하고자 작품으로 나타낸 결과는 이렇듯 많은 독자를 감동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더불어 나의 어릴 적 친구와 놀았던 기억들, 오래도록 내가 좋아했던 것을 떠올리게 하는 시간이었다. 시간이 가는 게 안타까울 정도로 좋아했던 친구들은 지금은 어디에 있을까.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저, 과거의 기억들과 멈춰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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