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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플라워
  • 급류
  • 정대건
  • 12,600원 (10%700)
  • 2022-12-22
  • : 96,843


#급류 #정대건 #민음사

 

『급류』라는 소설이 자꾸 눈에 띄었다. 어떤 소설이기에 이렇게 눈에 띄는 것일까. 궁금함에 못 이겨 책을 구매해 읽었다. 처음엔 몰랐지만, 정대건 작가의 전작 『GV 빌런 고태경』을 읽은 적이 있었다. 영화를 좋아하는 이로서 ‘GV 빌런’이라는 새로운 용어와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엿볼 수 있어 공감했던 작품이었다. 이번 작품 『급류』도 다분히 영화같은 스토리였다. 장면마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림이 그려져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던 것 같다.



 

이번 작품은 정대건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로 계곡으로 유명한 진평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고등학생인 도담과 해솔의 사랑 혹은 성장 이야기임과 동시에 소방관이라는 직업의 위험성과 숭고함을 알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도담과 해솔의 사랑은 긴 시간을 상처와 함께 이어져 왔고, 치유의 과정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되는 이야기였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반한 도담과 해솔은 아빠와 엄마를 잃고 고통스러워한다. 마음속 깊이 자리한 죄책감에 짓눌려 도담은 술을 마시며 어딘가로 훌훌 떠나고 싶은 자유를 갈망한다. 그에 반해 해솔은 묵묵히 미래를 위해 철저한 계획하에 움직인다. 그들이 다시 만났을 때 오래도록 만나지 못했던 것도 기저에 깔린 죄책감과 삶의 방향 때문이었을 것이다. 서로의 존재가 아프고 과거의 기억 때문에 고통스럽다면 그 사랑을 유지하기란 어렵다. 불행해질 뿐이다.

 



도담에게 사랑은 급류와 같은 위험한 이름이었다. 휩쓸려 버리는 것이고,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것, 발가벗은 시체로 떠오르는 것, 다슬기가 온몸을 뒤덮는 것이다. 더는 사랑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왜 사랑에 ‘빠진다’고 하는 걸까. 물에 빠지다. 늪에 빠지다. 함정에 빠지다. 절망에 빠지다. 빠진다는 건 빠져나와야 한다는 것처럼 느껴졌다. (100페이지)



 

같은 트라우마를 가진 이들은 각자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법이다. 다른 사람을 만나 과거의 트라우마를 아무렇지 않게 말할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편안한 법이다. 해솔이 선택한 직업이 약사가 아니었다. 속죄하듯 선택한 직업이 그를 더 나아가게 했다. 익숙한 모습을 발견한 도담에게 해솔은 누군가를 떠올렸고, 사랑에 빠진다는 것 보다 스스로 선택한 사람에 관한 감정을 말했다.



 

소방관은 생명을 담보로 하는 직업이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사람을 구하는 일을 하며,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한다. 그걸 바라보는 가족은 힘들지만, 누군가를 구하는 일은 나를 살리는 일이기도 하다. 소방관인 도담의 아빠와 해솔 엄마의 사고, 둘의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서른의 재회는 다분히 영화적이다. 다른 사람을 만나는 중에 뉴스에 나오는 주인공을 바라보았을 때의 표정까지 영화의 에피소드처럼 흘러갔다. 적당한 장소, 적당한 시간, 적당한 사람과의 관계까지 모든 게 둘의 만남을 예견했다. 영화로 만들어지기 딱 좋은 스토리였다고 할 수 있겠다.

 



십 대와 이십 대를 거쳐 삼십 대에 이른 청춘들의 사랑은 물에 빠진 누군가를 구하는 것만큼이나 격렬하고 간절하다. 이들이 만들어가는 사랑은 다른 형태를 지닐 것이다. 고통과 속죄의 시간을 거쳐 비소로 안식의 시간을 갖는 이들은 어른처럼 평온한 사랑을 하지 않을까. 손을 마주 잡고 고요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을 상상해본다. 더 이상의 감정 소모는 하지 않으리라. 이미 그들은 급류에 휘말려 거친 파도를 헤쳐오지 않았나.

 



2022년 말에 출간되었다가 2024년 역주행하고 있는 베스트셀러다. 영화로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예감을 해본다. 소설의 제목처럼, 표지처럼 급류에 휘말린 청춘들의 이야기였다. 벌써, 여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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