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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 한 옛날에,로 시작하는 동화를 좋아했다. 지금도 여전해서, 이 나이가 되어도 ‘아름다운 그림동화’ 책 표지와 그림만 보고서 펀딩 구매 버튼을 눌렀다. 어른을 위한 그림 동화책인 줄 알았더니 어린이를 위한 동화책이었다. 그림 판형이 크고 상당히 얇다는 점. 글씨 또한 커서 아이가 앉아서 몇 번이고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오랜만에 동화책을 읽고 났더니 아이들 어린 시절에 동화책 한 권을 스무 번이고 읽어주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이들은 기억하고 있으려나. 아이들에게는 그림 동화책을 읽는 즐거움을, 어른들에게는 아이들과 읽었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었다.
『아름다운 그림동화』는 그림형제의 동화가 총 열 편이 수록되어 있으며 미술치료실을 운영하기도 했던 독일 작가 다니엘라 드레셔의 아름다운 그림이 수록되어 있다. 「개구리 왕자」, 「라푼젤」, 「찔레꽃 공주」, 「은화가 된 별」, 「재투성이 아셴푸텔」, 「오누이」, 「별별 털복숭이」, 「백설공주」, 「숲속의 세 난쟁이」, 「홀레 할머니」다. 동화는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여 어린이들의 교육 효과와 더불어 상상력을 마음껏 펼치게 하는 힘이 있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내용들을 읽다 보니, 도대체 이해가 안 되는 행동들이 많아서 조금 웃었다. 예를 들면, 「백설공주」에서 난쟁이들이 낯선 사람에게 문을 열어주지 말라고 해도 공주는 왜 매번 열어주느냐 말이다. 나쁜 왕비의 꾐에 넘어가는 백설공주가 이해되지 않았지만, 할머니가 한 개만 팔아달라고 하는 마음을 거절하지 못하는 소위 ‘착해서’,라고 해두자.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라푼젤이 상추를 뜻하는 독일어라는 것이다. 「찔레꽃 공주」는 우리가 「잠자는 숲속의 공주」라고 읽어왔던 동화다. 동화에 등장하는 동물은 일반적인 동물이 아니다. 마법에 걸린 왕자님이나 중요한 예언을 하는 생물로 비친다. 아이를 낳지 못하는 왕비님에게 개구리 한 마리가 나타나 예쁜 공주님을 낳으실 거라고 말한 것처럼 말이다. 공주가 태어나고 열세 명의 지혜로운 요정들을 초대해 대접해야 하는데 열두 개의 황금 접시만 있었던 임금님은 열두 명의 요정들만 초대할 수 있었다. 초대받지 못한 요정이 기분 나빴던 건 이해할 수 있었다. 다만 공주님에게는 열두 번째 요정이 남아 있어서 물레에 찔려도 죽지 않고 백 년 동안 잠을 잘 수 있었던 거다.
우리가 신데렐라라고 알고 있는 「재투성이 아셴푸텔」은 자기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인물에 가깝다. 왕자에게 신붓감을 찾아주기 위해 열었던 무도회에 자기도 가고 싶다고 말한 용기를 보라. 하지만 새어머니를 얻은 아버지는 왜 이리 무능한지 모르겠다. 자기 딸이 계모에게 하녀 취급을 받고 재투성이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고 느끼는 게 없느냐 말이다.
「별별 털복숭이」에서 공주도 진취적인 여성이다. 아름다운 왕비가 죽자 왕은 왕비와 똑같이 닮은 공주와 결혼하겠다고 했다. 신하들은 깜짝 놀라서 나라가 망할 것이라며 왕을 말렸다. 하지만 왕이 뜻을 굽히지 않자 공주는 그 결정을 미루기 위해 세 가지 옷을 달라고 했다. 왕의 마음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알자 얼굴과 손을 검게 칠하고 도망쳤다. 여기에서도 무도회는 빠질 수 없다. 무도회가 열리자 공주는 얼굴과 손의 검댕을 지우고 털가죽 외투를 벗었다. 빛나는 드레스로 갈아입고 무도회 장소로 가 왕자와 춤을 추었다. 자기의 미래를 위해 스스로 나섰다. 아름다운 공주와 춤을 춘 왕자와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건 안 비밀.
예전에 어떤 책에선가, 유리관 안에 누워있는 백설공주에게 키스를 하는 왕자를 가리켜 시체 애호증 환자라고 말하는 걸 읽었다. 오늘 「백설공주」를 다시 읽으니 섬찟한 느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죽은 백설공주가 누워있는 관을 달라고 한 저의가 의심되는 순간이었다. 동화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그 시대의 세태를 들려준 것만 같았다. 물론 백설공주는 목에 걸린 독사과를 뱉고 살아날 거라는 결말을 알고 있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그럼에도 동화는 여전히 아이들에게 읽힌다. 동화 속 공주가 되어 왕자를 찾아 헤매는 상상을 한다. 내 곁에 있는 사람이 계모이고 어딘가에 친엄마가 살아 있을 것 같은 상상을 안 해본 사람이 드물 것이다. 동화가 우리에게 이런 상상을 심어 주었다는 걸 부정하지는 못한다. 자기의 아들을 왕위에 올리려는 계모, 그룹의 수장으로 올리려는 계모가 현재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게 동화가 가진 힘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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