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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을 보내고 헤어지기 전 가족 중 두 사람이 부고 문자를 받았다. 나 또한 명절이 시작된 주말에 부고 문자를 받은 상태에서 결혼식보다 장례 알림이 더 많다고 탄식했다. 죽음은 우리 앞에 예고 없이 다가온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가깝게 맴돌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우리는 죽음을 바라보고 삶을 생각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 그렇다면 죽음을 보라. 삶의 무상함을 느끼며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배운다. 어제 웃었던 사람이 내일 웃는다고 보장하지 못한다.
2023년 노르웨이 브라게 문학상 수상작인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는 죽음을 바라보는 마지막 하루를 이야기한다. 피오르를 오가는 배를 몰았던 닐스 비크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왔다. 삶의 고통을, 삶의 희열을 느끼는 사람들을 태워 피오르를 건너며 다양한 삶을 접했다. 깨닫는 것은 간단하다. 최선의 삶을 살아야 한다. 내게 어떤 일이 다가와도 떨지 말 것.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거다.

아내와 함께 살았던 집에서 마지막 인사를 한다. 아내의 체취가 깊게 배어있는 것을 바라보고, 탁자에 앉아 커피를 만들며 지난 추억을 회상한다. 머문 자리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뒤돌아본다. 그의 곁에는 오직 루나만이 있을 뿐이었다. 몇 년 전에 사고로 죽은 개였다. 루나와 이야기하며 배에 오른다. 어떤 사람이 기다릴지, 그의 삶을 관통했던 시절을 떠올릴 것이다.
마지막 항해를 하는 날에 그를 기다리는 건 그가 태웠던 죽은 자들이었다. 자기 배에 태웠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의 배에 탑승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일지에 남겼다. 탑승료를 지불했던 첫 승객 네스뵈 부부를 시작으로 배를 거쳐 간 승객들을 떠올렸다. 닐스의 마지막 항해는 사랑했던 아내 마르타를 기다리는 일이었다. 마르타와 처음 만나 사랑했던 때, 결혼했던 때를 떠올렸다. 자유분방하고 그의 귓가에 대고 했던 나지막한 말들, 첫 번째 뇌졸중으로 마르타의 미소는 일그러졌다.
기타 소년 욘을 태우고 그와 첫 번째 여행을 떠올린다. 욘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폭력을 가했다. 무력을 사용하는 건 범죄행위라며 말하며 욘을 구했다. 그의 배에 탔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다양한 사람의 삶이었다. 어떤 생각, 어떤 말,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그의 삶을 대변한다. 마지막으로 띄운 배에서 사람을 태우며 과거의 일들을 복기하고 그는 마지막 사람을 기다린다. 그의 모든 것, 그의 삶의 원천인 마르타였다. 마지막 하루는 마르타를 기다리는 일. 피오르를 건널 때마다 기다리고 기다렸을 것이다.
삶은 얼마나 단순한가. 과거의 일을 떠올리면 너무도 순식간에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느낀다. 누군가는 시간이 영원했으면 바랄 테지만, 우리 삶은 짧다. 이런 책을 만날 때마다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다고,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라고 하지 않나. 불평불만을 늘어놓기보다 곁에 있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라고 말이다. 가장 단순한 게 진리라는 것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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