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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래도 일제 강점기 시대에 특별을 애정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어떤 분야의 책을 읽어도 일제 강점기 시대면 매력을 느끼고 만다. 암울한 시대에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애쓴 사람에 대한 애정과 그 시절에도 일상을 살기 위해 애썼던 보통 사람들에 관한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기에 그렇다. 다각적인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조예은의 작품은 장르 소설임에도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일제 강점기의 역사와 그 잔재인 적산가옥에 얽힌 사람과 집에 관한 이야기가 우리나라 고유의 정서를 대변하는 것 같았다. 조예은이 안내하는 작품으로 들어가 보자.
일본식 정원이 딸린 적산가옥은 현운주의 외증조할머니가 살았던 집이었다. 바쁜 엄마를 대신해 외증조할머니의 보살핌 아래 자랐던 운주는 적산가옥을 일주일에 너덧 번은 찾아왔다. 적산가옥에서 죽겠다는 할머니의 평소 말처럼 외증조할머니는 10월의 어느 날 기이한 자세로 숨져 있었다. 외증조할머니의 영향 때문인지 대학 졸업 후 일본 오사카로 건너갔던 운주는 열심히 일하며 승진을 기대했으나 번번이 미끄러지고 급기야 홋카이도로 발령이 났다. 일본에서의 시간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며 적산가옥을 고쳐 게스트하우스를 열어볼까 고심 중이다.

소설을 보고 가장 놀랐던 건 운주의 남편, 우형민의 정체였다. 일반적인 남편은 별채의 어두운 장소에서 보았던 유령과 그 두려움에서 벗어날 사람일 것이었다. 그러나 우형민은 운주에게 오히려 위협이 되는 인물이었다. 현운주와 우형민, 운주의 외증조할머니 박준영과 유타카의 관계가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핵심 인물이었다.
박준영은 일제 강점기에 간호사 자격증을 딴 인물이었다.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다가 원장의 권유로 개인 집에서 간호 업무를 하게 되었는데 어릴 적 보았던 일본의 갑부 가네모토의 집, 붉은 담장집이었다. 붉은 담장집의 환자는 가네모토의 아들 유타카였다. 연못 속의 금붕어를 난도질하는 듯 이상한 행동을 일삼는 그를 보살핀다는 게 마땅찮지만, 가네모토가 숨겼던 비밀을 알아버린다. 가네모토의 친아들이 아니었을뿐더러 그에게 이용당하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유타카와 박준영의 연대가 시작된다. 유타카의 말, 미래의 어느 순간을 말하는 단어는 적산가옥을 부유했다. 적산가옥에서 영원히 살게 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집은 자신의 벽에 깃든 모든 역사를 기억한다. 안에 살던 사람은 죽어도 집은 남는다. 오히려 죽음으로써 그 집의 일부로 영원히 귀속된다. 먼저 무너뜨리지 않는 한 집은 누군가의 삶을 담으며 존재한다. (10페이지)
집에 담긴 역사는 사람에 의해 영원히 기억되는 것 같다. 사람은 떠나도 유령은 기억의 장소를 떠나지 못하고 부유한다. 적산가옥에서 머무는 유령처럼 말이다. 별채 너머로 보이는 눈동자, 손대지 않았는데도 끼익 소리를 내며 열리는 문. 연못에 서 있는 어린 소년의 정체. 띄엄띄엄 들리는 사람의 목소리. 두려울 수밖에 없다. 과거의 기이한 정체와 현재 곁에서 위협을 가하는 정체에 긴장의 숨을 들이킨다.
나는 말과 말을 이어주는 일이 좋았다. 언어를 배울수록 나만이 드나들 수 있는 문을 가지는 기분이었다. (25페이지)
내가 지나온 단어들. 언어에 담을 수 없는 마음들. 이미 잊어버린 것과 아직 잊지 못한 것. (195페이지)
유타카가 외증조할머니의 기억으로 꿈에 나타난 데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었다. 박준영에게 알려주었던 미래의 일을 운주에게 인식시키고자 했다. 미리 알고 대비할 수 있게 해야 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의문이 들었다. 운주는 적산가옥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건 적산가옥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었나.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군산의 건물, 과거 영욕의 역사를 가리키는 건물이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나 또한 근대문화의 거리를 걸었고 소설의 장소가 된 건물을 방문하여 서성거렸던 기억이 있다. 건물에 스며든 기억을 기록된 역사와 상상력으로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후속작이 기다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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