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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플라워
  • 2024 제1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김멜라 외
  • 6,930원 (10%380)
  • 2024-03-31
  • : 39,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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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작가상은 작품활동을 시작한 지 십 년이 넘지 않은 작가들이 발표한 중단편소설을 대상으로 한다. 봄이면 출간되는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해마다 읽고 있다. 2024년 제15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작가들은 비교적 생소했다. 젊은작가상은 한국을 이끌 젊은 작가들을 파악할 수 있게 한다. 2024년에 수상한 작품들을 보니 다양한 주제와 다양한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는 내용이라 책 읽는 즐거움이 컸다. 좋은 작품들을 읽어 ‘신난다’라고 말할 수 있어 기쁘다.



 

수상작들을 읽으며 작가의 이력과 이름을 기억했다. 김멜라 작가의 작품은 이전에도 읽은 적이 있어 대상작 「이응 이응」이 반가웠다. 미래에는 어떤 세상이 올까. 개인의 욕망이 아닌 사회적 이익 때문에 쾌감을 느끼는 장치 이응의 탄생은 서글프기까지 하다. 미래에 이러한 상품이 개발되지 않는다고 보장하지 못하겠다. 공현진의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는 좋은 사람이란 뭘까, 라는 질문을 건넨다. 사출 성형기 작업장에 끼여 사망사고가 났는데도 멈추지 않은 공장을 바라보며 물속 깊이 가라앉는 느낌을 받은 남자와 교사를 그만두고 지구 환경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며 수영 강습을 받는 여자가 나와 변하지 않은 차별에 대하여 말한다.





 

김기태 작가와 전지영 작가, 성해나 작가의 작품이 특히 눈에 띄었다. 내 취향에 더 맞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혼모노’ 뜻이 무엇인가. 성해나 작가의 「혼모노」는 실제 무속인의 속내를 보는 듯했다. 30년 경력의 남성 무속인의 건너편에 신애기가 새로 들어왔는데 남성 무속인의 몸주였던 장수 할멈이 신애기에게 옮겨갔다. 즉 남성 무속인은 더 이상 신점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신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건 알겠는데 몸주가 옮겨간다는 건 생소했다. 능력이 없는 무당이 벼린 칼 위에서 작두춤을 춘다. 늙은 야심가의 행태가 씁쓸하고도 슬픈 ‘한 편의 굿판’ 같다.

 



전지영의 「언캐니 밸리」를 보자. 왜소증이 있는 주인공은 크로키 작가이며 야간 택시 운전사다. 청한동 꼭대기를 오르는 ‘당신’을 태웠고 누군가 ‘당신’에게 염산을 뿌렸다. 작가는 ‘당신’에게 염산 테러한 사람을 밝히지 않으면서 주인공이 일본에서 성 상품화되었던 수치심 가득한 기억을 떠올린다. 또한 택시를 운전하며 룸미러로 보이는 손님을 관찰하며 그의 얼굴을 그렸고 나머지 부분은 상상력에 의하여 동물의 이미지를 채워 넣었다. 동기들은 역겹다고 했다. 택시 운전사는 청한동 꼭대기 집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게 습관이었다. 장신영 혹은 김승민이 없는 자리를 누군가 대신하는 거 같다. 집안으로 향하며 자갈을 밟는 남자는 어떤 마음으로 대문을 열었을까.

 



김기태의 「보편 교양」은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에 대한 단상이다. 국어 교사인 곽은 충분한 연금 수령액에 도달하려면 십오 년은 일해야 하며, 연금을 실제로 받으려면 이십오 년이 남아 있다는 걸 자각하는 장면은 직장인의 비애를 보는 듯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도 평범한 직장인일 수밖에 없다. 곽은 다른 교사들이 꺼려하던 ‘고전읽기’ 수업을 하기로 한다. 추천 도서를 선정해 아이들과 함께 읽을 예정이었다. 마르크스를 읽는다며 은재 아버지가 민원을 넣은 후 곽은 자신의 수업을 좋아하는 은재가 아버지를 설득했을 거라고 믿었지만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곽의 마음은 어땠을까. 서울대를 보냈다는 교사로서의 뿌듯함과는 반대로 컨설턴트에 의한 것이었음을 알게 된 곽의 마음이 짐작되었다. 그런 법이다. 버리고 비우면서 일상을 살아가고 비움의 미학을 배운다.

 



나에게 파주는 책의 도시라 비친다. 김남숙의 「파주」는 군대 시절에 폭력을 가했던 정호를 찾아온 현철의 복수를 말한다. 매달 백만 원을 입금하라며 일 년 동안 똑같이 괴롭히겠다고 말한 현철의 심리와 그를 바라보는 ‘나’의 독백이다. 파주를 생각하면 현철이 먼저 떠오른다고 주장하는 ‘나’는 정호를 떠나지 않고 여전히 그와 함께 살고 있다는 건 아이러니다. 반려동물처럼 빚도 「반려빚」으로 불릴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자기와 함께 살아갈 빚이라 여기며 살아가는 정현을 본다. 정현은 서일에게 돈을 빌려주었고, 언젠가는 갚을 거라고 여긴다. 다시 돌아온 서일이 잠시만 함께 살자고 했을 때 선주가 나타나지 않았으면 승낙을 했을 것이다. 반려빚이 꿈에 나오는 장면은 우리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반려빚이 0인 상태야말로 완전한 삶인 것 같지 않느냐 말이다.

 



작가는 이처럼 새로운 단어를 탄생시키기도 한다. 새로운 작가의 작품을 알게 되어 반가웠고, 김기태 작가의 소설집을 카트에 넣었다. 작가를 좀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젊은작가상 수상 작품집이 자아내는 긍정적인 효과 아닐까. 책이 책을 부르는.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을 읽는다는 건 한국문학의 미래를 짊어질 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거다. 새로운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젊은작가상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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