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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새집으로 이사 후 심적으로 부담이 되었던지 일주일가량 귀신으로 추정되는 이에게 혼나는 꿈을 꾸었다.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나에게 뭐라고 하는 꿈이었다. 오래전 이사 간 집에서 첫날밤을 자는데(하필 그날 남편은 일주일간 교육을 떠났다.) 밤새 묘지를 헤매는 꿈을 꾸었다. 다음 날 출근해서 물어보니 아파트가 지어진 장소가 예전에 공동묘지였다고 했다. 또 다른 하나, 친척 아주머니랑 할머니 그리고 내가 함께 묘지를 걸어 다니던 꿈을 꾸었다. 며칠 뒤 아주머니 딸에게 전화가 왔는데 꿈을 꾸었던 날쯤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쩐지 기분이 이상했다. 나한테 잘 있으라는 인사를 하러 오신 건가. 소설들처럼 내가 귀신을 보는 것인가.
오래전 <전설의 고향>이라는 드라마가 방영할 때 귀신이 나오는 내용을 못 봤다. 보고 나면 밤새 꿈이 뒤숭숭해서였다. 어떤 집에서는 혼자 잘 때 안방 코너에서 귀신이 나를 내려다보는 꿈도 꾸었지만, 지금은 어떠냐고? 보지도 않을 뿐더러 봐도 괜찮은 편이다. 그래서 일까. 『수상한 한의원』에 귀신이 나온다고 하니 소설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했다. 디테일이 뛰어났으며 가볍게 읽을 만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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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은 뛰어나나 성격이 좋지 못해 제일한방병원 부원장 자리를 빼앗긴 한의사 승범은 병원을 그만두고 우화시로 내려와 한의원을 차렸다. 건너편의 수정 한약방은 사람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는데 승범 한의원만 한가했다. 한약방을 바라보다가 수상한 낌새를 발견했다. 귀신이 한약방을 드나드는 거다. 아주머니 귀신 공실이 다가와 원하는 바를 이루어주면 귀신 하나당 사람 환자 열 명을 데려오겠다고 했다. 돈에 눈이 먼 승범은 시간이 날 때마다 한약방으로 찾아가 귀신이나 다른 사람들을 치료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한약방에서 귀신을 치료한다고? 귀신을 어떻게 치료하는지 궁금한 승범에게 공실은 그들의 한을 풀어주는 게 치료 방법이라고 말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산에 사는 할머니를 찾아가 음식을 해주고 약을 다려주는 수정을 따라가 그걸 지켜본 승범의 마음이 어떻겠는가.
계속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사연이 있는 법이다. 귀신들도 사연이 있어 한을 풀어달라고 찾아오는데 살아있는 사람은 오죽하랴. 수정이 귀신들을 치료하는 이유가 밝혀지는데, 어쩐지 애틋하다. 소설이니까, 소설 같은 상상을 했던 거 같다. 살아 있는 누군가가 수정이 애타게 찾는 사람이 아닐까. 아주 가까이에서 수정과 티격태격하는 사람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했다. 기우였다. 마치 숨바꼭질을 하듯 몰래몰래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우화시에 처음 왔을 때 승범은 모두가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어른을 함부로 대하는 모습은 그가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싫어하는 법이다. 친절한 의사에게 가서 치료받고 싶은 건 당연하지 않나. 돈 보다는 사람에게 집중하게 되는 승범의 모습은 그가 의사로서 성장하는 요인이 되었다. 이후 한의원이 북적거리는 건 당연하다.
여기에서 궁금한 게 있다. 물론 작가의 상상력이겠지만, 귀신들의 사생활 혹은 사연을 너무 잘 알고 있다는 거다. 작가가 자료 탐색과 주변 이야기를 들었다는 방증일 것이다. 귀신이 원하는 바, 한이 서려 있는 에피소드 등 귀신 이야기에 특화된 작가라고 해도 되겠다. 드라마로 제작된다면 더 볼거리가 많은 이야기가 될 거 같아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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