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영웅이 주인공인 소설이다. 열이 나는 아기를 병원에 데리고 가기까지의 여정을 다룬다. 하지만 역시 여정 동안 말도 안 되게 황당하면서도 미간을 찌푸리게 할 정도로 무례한 일들이 할머니 영웅 '귀자'에게 닥친다. 나는 작가의 영웅관에 흥미를 느낀다. 영웅은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내는 것이 아니라고. 영웅은 한 아기를 함께 돌보는 사회의 구성원들 모두라고.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는 그렇게 영웅이 바글바글한 사회가 밑바탕이 된다면 어린이들이 잘 자라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트로 표현한 겉표지 디자인이 귀엽다. 귀자가 쓰고 있는 모자가 눈에 띈다. 내게도 애착이 가는 모자가 하나 있다. 귀자를 생각하면서 나는 내 애착 모자의 챙을 매만졌다. 그러자 '나도 멋진 할머니 영웅이 되리라'라는 생각이 불쑥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