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브랜드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브랜드가 붙어 있지 않은 물건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이고, 온갖 매체를 통해 하루에도 수십 개, 어쩌면 수백 개의 브랜드와 만나고 있다.
이처럼 자주 접한다고 해서 우리가 브랜드를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유니크 브랜딩>(비앤이북스. 2008)은 이 물음에 ‘아닙니다. 착각은 이제 그만.’이라고 답한다. 브랜드하면 떠오르는 코카콜라, 아이팟 등의 ‘제품’이나, 삼성, GM, 애플 같은 ‘기업’이 브랜드의 동의어가 아니라고 얘기한다.
저자가 말하는 브랜드는 한마디로 고객과의 관계다. 제품이나 기업과 같은 사물이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에 브랜드가 놓여있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브랜드는 마케팅과도 다르며, 마케팅의 수단인 광고와도 다르다.
그렇다면 브랜딩은 무엇일까? 이는 브랜드 경험이다. 고객과의 관계가 브랜드라면, 그 관계속 에서 특별하고 감동적인 경험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이 브랜딩인 것이다. 저자 스캇 데밍은 이 책을 통해 브랜딩의 잔재주나 기교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구체적인 브랜딩 방법과 사례를 제시하지도 않는다. 오로지 하나, 브랜드란 무엇이고 그것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보여주는 역할에만 충실하다.
“기대를 넘어서는 특별한 경험과 브랜드 약속, 그리고 진정성”. 246쪽에 이르는 글은 결국 표지에 적힌 이 한 줄의 문구를 전달하기 위한 설득의 과정이다. 독자는 사람 사이의 관계로 브랜드를 풀어나가는, 일명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해한 후에야 경험, 약속, 진정성의 의미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패러다임의 전환이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저자는 ‘우화’라는 장치를 이용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총 10편의 우화를 만나게 된다. 양치기 소년, 토끼와 거북이, 까마귀와 물병, 아기 돼지 삼형제 등 한국의 독자에게도 친숙한 우화들은 낯선 개념들 속에서 길을 잃지 않게 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우화의 역할은 딱 거기까지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 물꼬를 터주는 역할. 그 후로는 체계적인 분석과 명확한 개념 정립을 통한 브랜딩의 세계가 쉬운 언어로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술술 읽힌다는 뜻은 아니다. 행간에 숨은 뜻을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저자가 결론으로 제시한 마지막 5쪽(238-242)에 핵심 내용이 정리되어 있지만, 이것이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이 되려면 결론 앞 237쪽을 차분히 읽어가야 한다.
저자의 마지막 말은 “당신이 바로 당신의 브랜드라는 것”이다. 브랜드를 ‘관계’의 측면에서 바라볼 때 이는 당연한 결론이다. 제품을 판매하는 사람에게만 브랜딩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브랜딩은 인간관계의 모든 순간에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이고, 넓은 시각으로 볼 때에만 제 역할을 다한다. 브랜딩의 입문서이자 필독서, 하나의 지침서로서 이 책을 추천한다.
[놓치면 후회하는 밑줄]
"브랜드는 손이 아니라 품성으로 만든다.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행동이다. 브랜드를 좌우하는 것은 재능이 아니라 관계다. 그리고 혼자보다는 여럿이 언제나 옳다. 어떤 브랜드가 귀하게 느껴지는 것은 재능이나 테크닉 때문이 아니다. 브랜드 속에 그대로 녹아 있는 살아온 세월이나 살아가는 방식 또는 브랜드를 대하는 태도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