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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북앤라이프
  • 소크라테스 부의 본질
  • 크세노폰
  • 10,800원 (10%600)
  • 2026-01-16
  • : 3,410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무엇인가 가치 있는 것도 잘 다듬어서 실제 값어치 있는 물건을 만들어야 진짜 귀한 것이 된다.

돈이 아무리 많다 한들 그것을 적절히 사용할 줄 모르면 부자가 아니다. 많은 돈을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진짜 부자다. 그렇기에 부자의 개념은 가진 것의 정량에 비례하여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가진 재물을 사용할 수 있는 무형의 능력에 의해 새겨진다.

이처럼 돈이 많은 부자들이 읽으면 없는 자들이 만들어 낸 개똥철학처럼 들리는 이야기를 2400년 전 그리스의 한 현자가 말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소크라테스 부의 본질 / 크세노폰 지음 / 현대지성 펴냄>은 불의에 순응하기보다는 죽음을 택하며 독배를 받아든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부와 경영에 관한 철학적 담론이다.

그의 제자였던 '크세노폰'은 스승인 소크라테스가 각기 2명의 대화 상대와 함께 부와 경영이라는 주제를 갖고 토론을 벌인 대목을 '오이코노미코스'라는 제목의 책으로 엮었다. 집을 뜻하는 오이코스와 법과 규칙을 의미하는 노모스의 합성어 오이코노미코스는 가정경영의 원칙을 말한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는데 1부에서는 자신의 친구 크리톤의 아들 크리토불로스와 함께 대화하며 가정경영, 부와 재산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한다.

이어지는 2부와 3부에서는 당시 아테네에서 시민들의 존경과 추앙을 한몸에 받았던 이스코마코스를 찾아간 소크라테스가 그에게 가정경영과 농장경영이라는 실생활적인 문제를 묻고 답을 얻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인류 최초의 경영학 수업이라는 별명이 붙은 저작답게 부에 대한 정의, 재산을 증식하는 방법과 같은 실제적인 깨알 조언이 가득한 본서를 읽고 있노라면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이가 다름 아닌 현자 중의 현자 소크라테스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본서가 주는 신선함은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었던 독배를 든 채 운명에 순응하며 죽음을 맞이한 다소 유약한 소크라테스는 잊으라는 것이다. 이스코마코스와 대화하며 가정경영과 농장경영에 관한 땅의 질서를 묻는 소크라테스는 영락없는 사업가이며 농부다.

철학이라는 사변적 이상에만 갇혀 있었던 것이 아닌 흙을 먹고 살아가는 인간의 근원적 필요와 욕구에 누구보다도 밝았던 철학자의 모습은 이채롭다. 이것은 모두 본서의 저자인 크세노폰 자신이 스승의 또 다른 제자 플라톤과는 달리 이 땅에 뿌리박은 철저한 현실주의자의 면모를 가진 인물이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1만 용병대의 대장으로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었던 저자 크세노폰에게 하늘을 가리키는 이상주의는 사치였다. 그에게 먹고 마시는 원초적 행위만큼 숭고한 것은 없다.



많은 이야기 중에서 가장 큰 인사이트는 사소한 물건을 제자리에 두는 정리의 기술이 부를 일구는 첫걸음이라는 사실이다. 콧방귀를 뀔만한 내용 아닌가? 정리 잘한다고 돈이 들어오는가?

물건이 제 자리를 찾아 정리된 모습은 일상이 정리된 사람의 내면을 드러내는 거울이다. 환경의 무질서함은 그 사람의 내면과 사고의 번잡함을 보여주며 그러한 사람은 결코 부를 끌어올 정도로 매사에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없는 사람이다. 즉 저자는 정리의 화두를 통해 효율성의 문제를 꼬집은 것이니 놀랍지 않은가! 삶을 가볍게 하자고 외치는 심플 라이프의 기원을 고전에서 찾다니 흥미롭다.

더불어 소크라테스가 철학자이며 군인이었다는 사실을 아는가? 그는 3번의 전장에서 살아돌아온 중장보병 출신의 백전노장이다. 살점이 튀는 전장을 경험한 냉혹함을 지닌 이가 지금껏 알던 소크라테스라는 사실이 생소하다.

뭐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역시 용병대장 출신인 크세노폰의 눈은 소크라테스의 철학적 이상이 아닌 진흙밭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현실주의자 소크라테스를 간파한 것이다.

소유를 부의 완전한 기준으로 여기며 부동산을 몇 채씩 갖고, 주식 투자에 열광하는 세대에게 크세노폰은 스승의 입을 빌려 말한다. 현재 얼마나 가졌느냐보다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와 어떻게 다스려 나갈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외에도 근면함과 실행력,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따르도록 만드는 인격의 힘 등 부를 일구기 위한 다양한 실제적 제언이 가득하기에 시장경제 치하에서 살아가는 현대의 독자에게는 매우 유익하고 흥미로운 저작이다.


한편으로 철저한 실용주의자 소크라테스의 새로운 모습을 만나볼 수 있기에 저작이 갖는 재미와 가치는 기대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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