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삼호주얼리호의 피랍사건.
납치된 선원들을 구하기 위해 우리나라 해군의 아덴만 여명작전이 실시되었고, 그 과정에서 석해균 선장이 해적으로부터 총상을 입었다. 그때 그를 치료한 사람이 이 책의 저자 이국종 교수님이다.
이 사건을 통해 국가적으로 외상외과에 대한 인지도가 조금 높아졌지만 그 관심은 이내 거품처럼 사그라들었다.
이후 나는 인스타그램에서 화가 나 무전기를 집어던지는 이국종 교수님의 영상을 보았다.
또 KT 재난망 CF를 통해서도 그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교수님이 일하는 외상 외과가 어떤 현실 속에서 시간을 버티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환자를 빠르게 구하고, 필요한 경우 헬기 안에서 치료가 이루어지는 '닥터헬리'에는 관심도 없었고, 전혀 문외한이었다.
그 대상이 우리가족이나 친구, 어쩌면 내가 될 수도 있는데 우리나라의 응급 구조 상황이 어떤지에 대해 전혀 관심도 없었다는 것이 책을 읽는 내내 부끄러웠다.
한 외상외과 의사의 개인적인 삶을 담았다고 하기에는 책의 내용이 너무 무겁다.
읽는 내내 마음이 아프고 분통이 터져 몇 번을 쉬어가며 읽었는데,
그렇다고 이 책을 손에서 놓을 수도 없었다.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상황이 내게는 오지 않을거라 믿고 싶지만, 언젠가 나와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이 그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내가 무슨 가치를 지니고 살아야 하는지,
국민으로서 사회와 국가에 무엇을 요구해야 할지 생각해보게 한 책이다.
부디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한국의 외상외과가 처한 현실과
미래에 우리가 처할 수도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변화를 모색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