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결코 오래 머물고 싶지 않은 나라로는 중국을 꼽았다. 비위생적인 음식에, 오물이 오글거리는 화장실, 악취가 나는 길거리, 거친 사람들, 이것이 중국을 여행한 사람들이 해준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이징 올림픽의 개막식에서 중국과 동양의 멋을 본 순간, 그 모든 것은 잊고 무척이나 아름답다는 밤의 거리, 싼 물가만 생각하게 하며 중국으로 날아가고픈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러던 중 「상하이 일기」라는 책을 만났다. 중국 상하이의 풍경을 담은, 한국인 유학생의 책이었다. 중국과 닮은 색이라 말하고 싶은 붉은 표지의 책은 내 가슴을 설레게 했다. 내 눈앞에는 상하이의 거리가 그려졌다. 서로 각기 다른 방향으로 길을 걷는 사람들, 상하이니즈. 어떤 사람은 구두를 또각이며 걷고, 다른 사람은 헤어진 운동화를 신고 뛰고, 또 다른 사람은 검은 슬리퍼를 질질 끌며 걷는다. 그들이 상하이란 세계를 걸으며 남다른 포부와 희망을 가듬 품은 모습이 보였다.
펜팔로 만난 중국 친구를 통해 그들의 긴 역사에 대해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놀랐듯이, 이번에도 그랬다. 그들이 중국 안에서도 상하이란 도시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생소한 일이었다. 돈을 벌려고, 세상으로 나오고 싶어 상하이로 몰려든 사람이 많은 만큼 상하이의 열기는 뜨거웠다. 미국에 뉴요커가 있다면, 중국엔 상하이니즈가 있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이 책은 많은 것을 이야기 해주지 않는다. 한 순간 중국으로 날아가고 싶었던 나의 마음을 붙들지도 움직이지도 않았고, 중국에 가서 생활할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은 물론, 중국인들에 대해 생각에 대해서도 내 기본지식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중국하면 떠올랐던 비위생적인 음식, 그것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았다. 중국에 대한 여러 가지 오해나 편견을 풀려면 그 문제부터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책 중간에서 보이는 중국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반가웠지만, 설명은 '심하게 더럽지는 않다'였다가 '길거리의 음식은 위생 상태를 점검할 수 없다', '저 사과는 무척 깨끗하다'라고 말한다. 그것이 조금 어지럽게 느껴졌다. 상하이니즈들의 포부와 희망을 담고 있는 이 책에서 음식에 대해많은 정보를 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중국을 다루는 책에서 중국과 한국을 이어주는 다리의 역할은 어느정도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러브스토리, 상하이니즈의 연애 이야기를 기대했던 것도 예상을 빗나갔다. 따뜻한 이야기의 뉘앙스는 보이지만 설레는 이야기는 없었다. 아리따운 여성을 스토킹 아닌 스토킹을 하여 결국 그 여성이 따로 무어라고 불리우는, 매우 호화롭게 돈을 쓰는 여성이라는 것을 알고만 집에 왔다는 이야기는 다소 아쉬운 이야기 뿐이었다. 없는 연애담을 책을 쓰기 위해 껴 넣으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러브 인 상하이, 새로운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누군가의 따스한 경험담은 단비가 되리라.
상하이는 내겐 아직 멀게 느껴진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가깝게 한 인물이 있다면 그것은 상하이의 부랑자들이다. 건들건들하게 다가와 돈을 구걸하는 사람이나 천연덕스럽게 지갑을 털어가는 소매치기, 책 속의 매력적인 인물은 모두 거칠고 우락부락한 이들이었다. 내게 중국의 이미지가 그러했기 때문일까. 그것이 가장 중국답게 느껴졌고, 상하이니즈 역시 마찬가지였다. 부드러운 중국 사람, 친절한 과일 가게 아주머니, 큰 소리로 외치는 택시기사, 말을 쏘아대는 상하이 여성. 그들은 그 모습 그대로 중국 그 자체였고 상하이니즈였다. 나는 오늘 밤 중국을 상상하며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상하이의 거리 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