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집을 읽으며 단상을 적은 메모를 확인하니 '계산, 곡선, 당신(그대), 위악, 불안(고요), 회의' 같은 단어가 적혀 있다. 서정시의 전통을 따를 생각이 없고 형이상학적 명제에서 출발해 집요하게 꼬리를 물고 벽을 타고 넘어가는 진술의 향연. 소설을 읽듯 읽으면 자칫 추상적, 사변적으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눈에 밟히는 구절을 속으로 소리를 내어 읽으면 깊은 맛이 느껴진다. 김대호의 시에 나는 '건설적 회의론자의 시'라고 명명하고 싶다.
* 곡선 13쪽
* 누진세 22쪽
* 피곤은 이제 피곤하다 28-29쪽
* 실천이란 무엇입니까 72-73쪽
* 나비 글씨체 104-106쪽
고요 속에도 소란은 있다/ 꽃의 소란은 향기이다 (중략) / 문장을 만드는 일의 고통은 문장 이전에 있다/ 문장이 만들어지면 그것은 즉시 꽃의 소란이 된다//(중략)// 서정은 어리석다/ 오늘의 날씨는 서정의 무늬를 매만진다/ 내가 입고 있는 셔츠는 죽은 사람의 옷을 물려받은 것이고 내 미래는 아직 과거를 청산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