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함께 오신 분들은 모두 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으신 교수님(그 학교의 교수님 한분 더 참석)이지만, 나는 그냥 조촐하게 대학만 나와서 이 분들과 지금 이렇게 나란히 있다.
여러분이 어떤 일을 하고 싶을 때 학교 이름을 멍에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열정이 있고 실력만 있으면 출신학교는 그리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P106
똑같이 느림보인 거북이는 토끼를 이긴 이솝우화로 성실과 노력의 아이콘이 됐지만, 불쌍한 나무늘보는 매일 나무에 매달려 18시간씩 잠을 자다가 게으름뱅이의 아이콘이돼 버렸다. 알고 보면 나무늘보는 체온 조절도 하지 못하고, 신진대사가 다른 동물에 비해느린탓에 먹이를 먹고 소화하는데 16일이나 걸린다고 한다. 그래서 움직임을 최대한으로 최소한의 에너지만으로 살아가느라 애쓰는 것이다. 동물이 느린것도 빠른 것도 나름대로 찾은 생존 방법일 뿐.- P116117
동물이나 인간이나 자기 가치관과 다르게 산다 하여 부정적인평가를 하는 것은 교만이다. 그래서 나는 나무늘보의 마음을 대변해 주고 싶다. 나무늘보는 지금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아가는 중이라고.- P118
추억 속의 사람들은 잠시 소환했다가 제자리에 돌려 놓는 게 좋다. 긴 공백은 무엇으로도 메우지 못한다. 안부는 바람을 통해 듣도록 하자.
그 시절 내가 알던 모든 사람들이 50대가 된 지금도 하늘아래 어디선가 행복하게 잘 살고 있기를 기도한다. 나는 잘지내요.- P125
예전에 마이니치신문(每日新)의 독자란에 이제 그만 졸친(親)을 하겠다는 한 어머니의 글이 올라온 적이 있다. 그녀의 닉네임도 ‘지친 엄마. 나이는 55세. 비슷한 세대여서제목만 봐도 끄덕거려졌다. 글의 요지는 이랬다. 충치가 생기지 않도록 어릴 때부터 양치질 습관을 들여 놓았더니 커서는 양치질도 하지 않는 성인으로, 매일 밤 책 읽어 주며독서 습관 들여 놓았더니 휴대전화아니면활자라고는 읽지 않는 성인으로, 학교 급식표를 붙여 놓고 메뉴 중복되지않도록 영양소 신경 쓰며 키웠더니 컵라면을 제일 좋아하는 성인으로, 환경의 소중함을 가르쳐 주려고 환경 운동도- P141
같이 했는데 방을 쓰레기장으로 해 놓고 사는 성인으로 자자식을 보며 ‘지친 엄마‘ 님은 이제 그만 엄마를 졸업하겠다고 졸친 선언을 했다. 졸친하는 길에 마지막으로 아들에게 한마디하고 싶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노력이 전혀 열매 맺지 않는 세계가 있다는 걸 가르쳐 주어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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