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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엔 티파티를 벌여보자

간식같은 책이었다. 글의 호흡이 짧고 (나는 이북으로 봐서 항상 같은 아이패드를 들고 있지만) 두께도 아마도 얇고 가벼울 것이다. 


저자 조경숙씨는 아마도 나랑 비슷한 나이대일 것이다. 자라오면서 경험했던 것들 중 궤적이 겹치는 것들이 많다. 세상을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태도도 내 세대의 그것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다소 복잡한 일상을 산다. 낮에는 개발자로 일하며 회사에 다니고, 회사에서 퇴근하면 곧바로 어린이집으로 달려가 아이를 하원시키는 엄마가 되며, 아이를 재우고 난 뒤에는 만화평론가와 캠패이너로서 활동한다.' 반면 나의 일과는 퍽 단순하다. 아침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밥을 먹고 커피를 들고 일을 시작한다. 일은 왕왕 늦은시간까지 계속된다. 저녁시간을 좀 길게 잡아 먹고 좀 놀다가 자주 다시 책상으로 돌아가 일한다. 그리고 늦은 밤이 되면 조금 쉬었다가, 씻고 잔다. 


이렇게 생각하면 박사과정이라는 것은, 연구자의 삶이라는 것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일인지. 나도 연구 외에 관심있는 것들이 많다. 그러나 반쯤은 대학원생의 쓸데없는 죄책감으로, 나머지 반쯤은 매일 계속되는 실패에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가 고갈되어서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한 지 꽤 오래되었다. 그래도 그 와중에 가장 꾸준히 계속하고 있는 것은 독서와 웹툰 읽기. 이것들은 'input'이라서 'output' 에 해당하는 활동들에 비해 적은 에너지가 든다. 


후드티를 입고 개발자로서 일을 하고, 시위를 하러 나가는 등 캠페인 활동을 하고, 육아를 하는 생활은 어떤 것일까? 나도 후드티나 맨투맨티를 자주 입는데, 일하기 좋기 때문이다. 연구실에는 의외로 몸을 써야하는 일이 많고, 시료 분석을 하러 여러 건물을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다. 역시 편안한 것이 짱이다. 


꼭지들 중 가장 재미있게 읽은 것은 '덕질은 나눌수록 커지잖아요' 였다. 저자의 순수한 즐거움이 느껴져서 좋았고, 계속해서 등장하던 '아이'가 비교적 능동적으로 저자와 상호작용하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또, 마지막에 온가족이 굿즈를 사는 모습은 정말 귀여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이런 질문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나는 이대로 사회에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않을건가?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빚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무튼, 후드티』

 조경숙 지음

 코난북스

 202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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