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있던 사람이 사라졌을 때, '시간'이 얼마나 버거운 것인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 시간 속에 홀로 서 있는 것의 힘겨움 또한 알게 된다. 그리고 그가 나를 얼마나 많이 채우고 있었던가, 그를 비워내는 것이 또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를 생각하면서 한숨을 쉬기도 한다. 그는 이것을 고독이라 말했지만, 나는 고독은 좀 더 개인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관계의 단절에서 오는 이 느낌은 고독이 아니라 외로움이다.
나는 감히 '안다'는 말을 하지 못한 채 그네 위에서 발을 굴렸다. 어린 날 나는 그네 위에서 무슨 생각을 했던가 떠올려보지만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어떤 과거는 이렇게도 쉽게 잊혀지는데, 어떤 과거는 그렇지 않다. 그 기준을 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과거일까, 아니면 그일까 혹은 나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