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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P님의 서재
  • 우리 만날까
  • 최영희
  • 12,600원 (10%700)
  • 2026-01-20
  • : 1,250

과거 최영희 작가의 <알렙이 알렙에게>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바탕으로 인간다운 삶의 방식, 원주민에 대한 태도, 생존을 명분으로 한 생태계 파괴의 정당성 등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그 깊이에 감탄하곤 했습니다. 같은 작가가 SF 단편집을 냈다고 하니 안 읽어볼 수가 없더군요. <우리 만날까>에서는 6개의 단편을 통해 우리에게 묻습니다. "나와 전혀 다른 존재를 마주했을 때, 당신은 기꺼이 그 손을 잡을 수 있겠습니까?"


서로 다른 시공간을 배경으로 하지만, 이 책에 실린 6가지 단편의 공통점은 결국 '만남'으로 귀결된다는 점입니다. 미래에서 온 애벌레와 인간, 감정 로봇과 소녀, 촐로 행성의 지성체와 지구의 지성체 등 아이들이 만나는 그 찰나의 순간에 지구와 우주의 운명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선회합니다. 

<온다, 온다, 온다!>에서는 지구인이 온다는 소식에 우르(어른)는 모두 도망갈 생각 뿐이었지만, 자디(어린이)인 게르, 아야미, 퉁가는 용기를 내어 지구인에 대한 정보를 조사하고 대책을 세운 뒤 지구인을 만나러 갑니다. 그리고 그들이 만난 지구 생명체의 정체는 놀랍기만 합니다. <걷는 나무 목격자 진술 녹취록>에서는 인간이 파괴한 환경을 되살리려는 나무들의 행진을 한 아이의 다정함이 돕습니다.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문어 도시 여행기> 또한 관계를 이야기합니다. 뇌를 해부당할 위기 속에서도 자신을 도와준 문어와 함께 살아가기를 택한 과학 선생님의 이야기는 종을 초월한 우정이 얼마나 끈질긴 생명력을 가졌는지 보여줍니다.


<알렙이 알렙에게>에서 보여준 작가의 예리한 통찰력이 이번 책에서는 더욱 유연하고 따뜻한 상상력으로 발현된듯 합니다. 낯선 외계 생명체조차도 따스한 온기를 지닌 존재로 변모시키는 마법. 이 책을 덮고 나면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가는 나무 한 그루, 낡은 장난감, 빗방울 하나조차 예사롭지 않게 보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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