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지 오래 되었지만 제목이 '요괴'를 이용한 말장난이라는 것을 오늘 문득 깨닫게 되었다.
최근에 이 책의 저자나 곽재식, 도현신 작가와 같은 분들의 노력으로 한국의 귀신이나 괴물 이야기들이 발굴되고 있는 것이 반갑다. 서양이나 일본에서는 전설이나 신화, 괴담을 문화적 자산으로 잘 활용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저자의 희망과 같이 이러한 자료들이 영화나 드라마, 게임, 웹툰 등에 더 많이 활용되어 문화를 풍성하게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저자께서 찾으신 자료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하는데 앞으로도 계속 나오면 좋겠다.
매슬로우의 욕구 이론에 따라 요괴들을 분류해서 소개한 것이 매우 독창적이었고 심리학자로서 반갑기도 했다. 요괴는 결국 인간이 가지고 있는 원망(願望)들이 투영된 존재들이므로 어떤 욕구가 반영된 것인지에 따라 그들에 대해 분석하고 이해하는 것은 적절하고 유용한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질문/의견:
1. '요괴'는 우리나라에서도 쓰였던 말일까? 하도 일본 문화에서 많이 언급되는 말이다 보니 일본어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일본어에서 온 말이라고 쓰면 안 될 것은 없지만, 전통 문화를 다루는 책에서라면 좀 곤란할 것이다.
2. '요괴'는 악한 존재들만을 가리키는 말일까, 선한 존재들도 요괴라고 할 수 있을까? 선한 존재들을 요괴라고 부를 수 없다면 뭐라고 불러야 할까? 이 책에서도 적으나마 선한 존재들도 나오는데, '요괴'가 그들도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3. 나는 (화가분께는 죄송하지만) 삽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딱히 정감이 있지도, 현실적이지도, 무섭지도 않고 그냥 좀 꺼림칙한 느낌만을 줄 뿐이어서 딱히 보고 싶어지는 그림들이 아니었다. 본문에 묘사된 요괴의 모습을 매우 세밀하고 충실하게 그리려는 노력이 돋보이기는 했다.
4. 주로 조선 말에 나온 책들을 출처로 하고 있는데, 많은 이야기가 중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럼 정말 이 요괴들은 한국 문화에서 창조된 것들일까, 아니면 중국에서 유래된 것들일까? 문화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것이라지만, 외국에서 수입된 요괴들이라면 좀 김이 샐 것 같다. 특정한 문화적 산물들의 기원에 대한 시비가 흔히 발생하는 시대이므로(부채춤이라든지, 한복이라든지, 도깨비라든지...) 이런 점은 분명히 가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