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서적이 번역되어 나오는 책들 중 다수로부터 느껴지는 인상은 일본에서는 매우 독창적이면서도 깊이는 없는 개똥 철학 같은 책이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권의 책에서 얻어갈 수 있는 지식이나 교훈의 양은 많지 않지만, 이렇게 어떤 사람의 엉뚱한 개똥 철학이라도 귀 기울여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일본의 창의성을 지탱해 주는 저력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책은 경력이 매우 화려한 저자가 쓴 책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많은 일본 서적들처럼 저자의 개똥 철학을 풀어놓고 있는 책이다. 내용도 1시간 정도면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짧고 쉽다. 간단히 말해서 시민들의 행동이나 표정으로부터 나오는 다량의 데이터를 수집해서, 그것으로부터 정치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식으로 정치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상당히 독창적이긴 하지만 현실성은 전혀 없는 아이디어라고 생각되고, 별로 타당해 보이지도 않는다. 장점이 많을 것 같지도 않다. 왜 무의식적인 행동이 의식적인 행동보다 더 바람직한 의사결정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전혀 모르겠다.
책 자체가 매우 짧음에도 불구하고 깊이가 없어서 저자가 책의 맨 앞에 요약한 몇 페이지 정도만 읽어도 책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이것은 저자도 인정하는 바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그것에 투자하는 시간도 조금 아까울 것 같다.
역자들의 각주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전문적인 내용들을 설명해 주는 것은 좋았지만, 일본어 특유의 표현 같은 것을 그냥 의역을 하면 될 것을 굳이 각주를 달아서 설명을 해 주는 것은 필요가 없어 보였고, 때로는 아주 쉬운 내용도 각주로 설명을 해 놔서 독자들의 수준을 너무 낮게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 사회의 '대안적인 오피니언 리더들' 또는 그렇게 보이는 사람들이 책을 침이 마르게 칭찬하고 있는데('아무개 강력 추천!'), 나는 전혀 공감이 되지 않았고, 진지하지도 전문적이지도 않는 내용에 별로 깊은 인상을 받지도 못했다. 부정적인 말만 쓴 것 같은데, 그냥 뭔가 새로운 내용을 접하고 싶은 사람들은이 책으로부터 신선함을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