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16-2023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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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터덜거리며 걸어간 길 끝에
멀리서 밝혀져 오는 불빛의 따뜻함을
막무가내의 어둠 속에서
누군가 맞잡을 손이 있다는 것이
인간에 대한 얼마나 새로운 발견인지
산속에서 밤을 맞아본 사람은 알리라
그 산에 갇힌 작은 지붕들이
거대한 산줄기보다
얼마나 큰 힘으로 어깨를 감싸주는지
먼 곳의 불빛은
나그네를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걸어갈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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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안녕하세요?
지난주 출제의 ‘지리산’에서는 무사히 ‘하산’하셨습니까? 저도 겨우 기한에 맞춰 산에서 내려왔습니다. 원래 출제를 다 하고 나면 ‘혹시 문제에 문제가 있으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좀 드는 게 당연합니다만, 저는 이번에 출제하고 나서 조금 더 긴장감이 높은 상태입니다.
사실, 이번 기말고사는 이십몇 년만에 거의 처음으로 저 혼자서 온전히 출제를 한 상황이라 이런 긴장감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국어과는 보통 두 분 정도 공동 출제하는 것이 일반적이지요.) 그래서 제가 낸 문제가 학생들에게 전달되기 전에 제 문제를 한 번이라도 더 보고 문제점을 검토해 주실 분들은 ‘길 끝에 / 멀리서 밝혀져 오는 불빛’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깊은 밤, 산속에서 비치는 먼 곳의 불빛처럼 출제하신 선생님들이 계속 안전하게 걸어갈 수 있게 해주시는 학년평가계선생님, 과정부장선생님, 교감선생님의 존재가 새삼 고맙고 든든하게 느껴집니다.
모든 선생님들께서 이번 한주도 모두 평안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