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12-2023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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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을 연마하려고 돼지국밥을 먹으러 간다
그것도 모자라 정구지 마늘 새우젓이 있다
푸른 물 뚝뚝 흐르는 도장을 찍으러 간다
히죽이 웃고 있는 돼지 대가리를 만나러 간다
돼지국밥에는 쉰내 나는 야성이 있다
어디 그뿐인가 시장바닥은 곳곳에 야성을 심어 놓고 파는 곳
그 따위 현혹되지 않고 오로지 야성만을 연마하기 위해
일념으로 일념으로 돼지국밥을 밀고 나간다
둥둥 떠다니는 기름 같은 것
그래도 남은 몇 가닥 털오라기 같은 것
비계나 껍데기 같은 것
땀 뻘뻘 흘리며 와서 돼지국밥은 히죽이 웃고 있다
목 따는 야성에 취해 나도 히죽이 웃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면 마늘 양파 정구지가 있다
눈물 찔끔 나도록 야성은 시장바닥 곳곳에 풀어 놓은 것
히죽이 웃는 대가리에서 야성을 캐다
홀로 돼지국밥을 먹는 이마에서 야성은 빛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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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도 선생님들은 바쁘셨지요?
밀린 일하느라 출근도 하시고,
다른 학교로 출장 가서 수업도 하시고,
결혼도 하시고,
결혼하는 동료를 축하하러 가시고,
서울에 집회하러 다녀오시고,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도 하시고,
운동도 하시고,
이번 주 수업 준비도 하시고……
꽉 채운 지난 일주일,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5월도 벌써 20일을 넘어가는 이 즈음은,
조금은 안온한 일상에 스며들기 좋은 날입니다.
그래서 이번 주는,
치열하게 살다가 5월 하늘의 별이 된,
소설가 박경리, 작가 권정생, 그리고 바보 노무현을 떠올리며
일상에 무뎌진 우리의 ‘야성’을 벼려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주는 아무래도 시장에서 돼지국밥, 한 그릇 해야 할까 봐요.